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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문과 해설/현대시

[전문, 해설] 김춘수, 꽃

by 뿔란 2021.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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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김춘수 (1922~2004) 시인은 참 많은 시를 남긴 시인이자, 문학비평가, 국문학자입니다. 그가 남긴 많은 시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하고 많이 알려진 시는 바로 위의 시, '꽃'입니다.

 

'꽃'은 1952년 즈음에 창작되었으리라 추측되고 있습니다. 김춘수 시인은 50년대 모더니즘 시인으로 낭만적이기보다는 주지적인 시를 주로 썼습니다. 하다하다 '무의미 시'라 불리는 그의 독특한 시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꽃' 역시 인식론, 실존주의 등 철학적 논리로 많이 해석되었습니다만...... 일설에는 김춘수 시인 자신은 그런 해석을 싫어했다고 하더군요. 아니 왜? 

 

 

 

 

굳이 김춘수 시인의 뜻을 살펴드리자는 취지는 전혀 없습니다만, ..... 우리 평범한 독자들의 입장에서 시인이 우리에게 넘겨준 텍스트 그대로, 시를 읽어보도록 하죠.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대뜸 우리 시적 화자님 등장하셨습니다. '나'님! 

 우리 '나'님께서 그의 이름을 불러주셨나 봅니다. (제 이름도...... 죄송)

 이름을 떡하니 불러주셨더니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요? 그건 아직 안 나왔네요. 다만,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는 군요! 으음.... 아니, 몸짓이 왜? 어디가 어때서? 그런 건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시에서는 '몸짓'이란 그다지 훌륭하다고는 할 수 없는, 평범 이하의 무언가로 자리매김되어 있네요. 

 

 문학은 아무래도 말을 평범하게 쓰지 않는 경우가 많죠. 평범한 것들을 독특하게 바라보는 게 문학이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평범했던 단어도 뭔가 평범치 않게 쓰인단 말이죠. 그러면 우리는 아이고, 이게 무슨 말이냐~~~ 어쩌라는 거냐~~~ 하며 한탄을, 한탄을.... 늘어놓지 맙시다! 우리는 단군의 자손이고, 세종대왕의 백성!

 

 자, 시를 읽는 꿀꿀꿀팁 나갑니다!!!!! 문장구조, (그 넘의 문장이 4행, 5행에 걸쳐 도치되고 반복되고 난리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요 ㅜㅜ) 암튼 문장구조, 잘 보세요! 조사, 어미로 문장구조 파악 잘 하시면 시어의 특별한 사용이 보이며, 시가 해석됩니다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오오, 이름을 불러주었더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나왔네요!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답니다.. ㅎㅎ 그런데, 꽃이 되는 게 과연 좋은 건지, 좋으면 얼마나 좋은 건지 우리는 알 수가 없네요, 이것 참.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아, 꽃이 되려면, 그 사람의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이름을 불러줘야 하는군요! '나'는 누군가 자신의 이름도 불러주길 바라고 있네요. 왜 그걸 바랄까요? 이어지는 내용을 보지 않아도 짐작이 가시죠? 꽃이 되고 싶어서겠죠, 뭐. 아니, 꽃은 삼겹살도 못 먹고 치킨도 못 먹는데.... 왜...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이봐요, 이봐요... 역시 우리 생각이 맞았죠. '나'는 꽃이 되고 싶어 하네요. 그것도 그냥 꽃이 아니고 '그의 꽃'! 외... 외로우신 건가요? 저기요,... ?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결국 다 그렇대요. '그'도, '나'도, 이 시를 읽는 우리도 모두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네요. '무엇'. 무언가. 그 무엇이 뭘까요? 어떤 존재일까요? 그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라네요. '눈짓'과 '몸짓'이 뭔가 많이 다른가요? 전 잘 모르겠지만, 이 시에서는 굉장히 다르다고 하네요. '눈짓', 특히 상대에게 잊혀지지 않는 눈짓이야말로 우리가 되고 싶은 무언가라는 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다들 아시겠지만 말이죠, 사실 이 시는 연애편지 단골 메뉴랍니다. 연애편지에 우아하게 이 시를 넣어 보세요. 역사적으로다가 보았을 때, 성공 확률이 확 올라갈지도? ㅎㅎㅎ 

 

 이 시는 연애 편지에서뿐 아니라, 시인들에게도 꽤 인기가 높아서 말입니다, 유명한 시인들이 이 시를 패러디하기도 했었는데... 그건 다른 포스팅에서 다루어 보겠습니다! 

 

지금 밖에 비가 펑펑 오네요. 봄비인데.... 왜..... 이리 격렬할까요. 거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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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 시인의 '꽃', 유명한 만큼이나 패러디 시도 많습니다. 아마.. 국내 시인의 시 가운데 가장 많은 패러디 시를 생성하지 않았나 싶은데용.... 여기 몇 편의 패러디 시를 가지고 왔습니다. 궁금하시죠? 아래 링크들을 클릭, 클릭!!!

 

2021.06.17 - [문학, 전문과 해설/현대시] - 오규원 / 꽃의 패러디 [김춘수, '꽃' 패러디] / 전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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