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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문과 해설/현대시

장정일,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김춘수, '꽃' 패러디

by 뿔란 2021.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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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김춘수의 <꽃>을 변주하며
  
  장정일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문학계의 빛나는 스타였던 장정일 작가의 시입니다.  김춘수 시인의 '꽃'을 패러디한 작품인데요, 이제는 무려 고등학교 교과서, 모의고사 등에 등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부끄러웠던 시절 뉴스

 

 

아니 무슨, 사드 후작이 살던 시절도 아니고 소설이 야해서, 더러워서 작가를 교도서에 집어넣는다는 게 말이나 되냐구요 ㅜㅜ

지금은 이미 20년도 더 된 이야기니 그 때 참 후졌구나~~ 싶지만, 저 일은 저때 당시에도 엄청 후진 일이었어요. 다들 어이는 없는데 뭐....... 어이 없었죠, 그냥. 다시 생각해도 열받는!

 

아무튼, 진정하고 시를 봅니다. 

 

1연! 

 

내가 단추를 눌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라디오에 지나지 않았다.

라디오의 단추, 버튼을 누르면 소리가 나오죠. 그런데, 소리가 나오면 무슨 특별한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단추를 누르기 전에는 라디오에 불과하다면, 단추를 누른 뒤에는 뭐가 되는 걸까요?

 

 

 

2연!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전파가 되었다.

오호라~! .... ?? 단추를 누르면 라디오가 전파가 된다는군요. 뭐... 그렇죠, 소리가 나온다는 것은... 전파로.... 

 

 

 

3연!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 준 것처럼
​누가 와서 나의
굳어 버린 핏줄기와 황량한 가슴속 버튼을 눌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다.

내가 그의 단추를 눌러서 그를 라디오에서 전파로 만들어줬는데..... 나도 핏줄기는 굳고, 가슴속은 황량한, 그런 라디오같은 딱딱한 존재니까, 누군가 내 버튼을 좀 눌러줬으면 좋겠다는군요. 나도 그에게로 가서 그의 전파가 되고 싶답니다.

 

 

 

4연!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다.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라디오가 되고 싶다.

아... 전파가 되고 싶다고 하더니만, 우리들은 모두 사랑이 되고 싶은 거래요. 그러니까 전파가 곧 사랑.. 라디오에는 전파, 사람에게는 사랑, 그렇게 되는 거네요. 

근데 압권은 마지막이네요. 우리는 라디오가 되고 싶은 거래요.... 그럼 바로 앞에서 사랑이 되고 싶다고 해놓고 라디오가 되고 싶다고 하는 건, 라디오가 사랑이라는 건가요? 전파가 사랑이었는데? 아니면, 라디오 같은 사랑? 왜?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그런 사랑. 

 

끄고 싶을 때 끄고 켜고 싶을 때 켤 수 있는 사랑을 원하는 마음, 여러분은 이해하시나요? 

사랑을 찾다 지치면, 그런 마음이 들기도 하죠. ㅎㅎ

 

결국 이 시는 간편하고 편리한 사랑을 추구하는 현대 사회를 비판하는 시라고 할 수 있겠네요. 

 

 

김춘수 시인의 '꽃'을 보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 클릭!

2021.05.30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현대시] - [전문, 해설] 김춘수, 꽃

 

[전문, 해설] 김춘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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