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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문과 해설/현대시

송기영, 코끼리 접기 (꽃의 비밀) / 김춘수 '꽃' 패러디

by 뿔란 2021. 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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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 접기
 ―꽃의 비밀

                                      송기영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나보다 훨씬 컸지요
 
내가 그를 꽃이라 불렀을 때
그는 물구나무 선 채 물을 빨았죠 물론,
과자를 주면 코로 먹지요
 
자주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진짜 꽃이 되었어요
이젠 전정가위가 필요할 것 같아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당신이 생각한 빛깔과 향기로
나의 이름을 불러 주세요
 
그게 뭐든, 有名한 당신에게
나도 불리고 싶어요
 
우리들은 모두
용도 변경하고 싶은 걸요
너는 당신에게 나도 당신에게
그러니까 불릴 수만 있다면,
매머드*도 괜찮아요
 
* 시방 위험한 짐승.
                                    ―시집『.zip』(민음사, 2013)

 

김춘수 시인의 '꽃' 패러디, 아주아주 요새 시인님이십니다. 

 

제목부터 범상치 않으십니다.

 

코끼리를 접어버리겠다는 패기어린 제목!!! 게다가 꽃에게 비밀이? 

 

 

   

처음부터 보자면요, 우선 1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나보다 훨씬 컸지요

 

음.... '그'는 아무래도 코끼리겠죠? 제목이 코끼리 접기인데다가 화자보다 훨씬 크다니까.... 코끼리일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2연에서 보자면, 

 내가 그를 꽃이라 불렀을 때
그는 물구나무 선 채 물을 빨았죠 물론,
과자를 주면 코로 먹지요

 

과감하게 코끼리에게 "이봐, 꽃!" 이렇게 불러버린 화자. 코끼리가 놀란 걸까요? 물구나무 선 채 물을 빨았다는데요.... 이 꽃이라고 불린 친구가 코끼리인 건 2연에서 확실해지네요. 과자를 주면 코로 먹는 친구, 코끼리.

 

 

3연!

 자주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진짜 꽃이 되었어요
이젠 전정가위가 필요할 것 같아요 

처음엔 놀라서 물구나서 서서 물을 빨던 코끼리.... 자주 자주 "꽃!", "어이 꽃!", "꽃아, 과자 먹을래?" 막 이렇게 불러댔더니........ 코끼리가 화자에게 와서 진짜 꽃이 되었다는군요!!!

 

설마 이렇게? ....

 

<a href="https://pixabay.com/ko/?utm_source=link-attribution&amp;utm_medium=referral&amp;utm_campaign=image&amp;utm_content=3618142">Pixabay</a>로부터 입수된 <a href="https://pixabay.com/ko/users/gdj-1086657/?utm_source=link-attribution&amp;utm_medium=referral&amp;utm_campaign=image&amp;utm_content=3618142">Gordon Johnson</a>님의 이미지 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꽃이 되었기로서니... 코끼리가 꽃이 된거라 거대할 수도 있겠지만... 전정가위는 왜요.... 우리 코끼리 코도 싹둑하고 발도 싹둑하고 막 그러시려는 건가요? ㅜㅜ

 

 

4연!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당신이 생각한 빛깔과 향기로
나의 이름을 불러 주세요

 

잠... 잠만요!!, 아니 잠깐만요!!! 내 이름을 ... 나의 빛깔과 향기에 맞는 이름... 이런 거 필요 없고, 당신이 생각한 빛깔과 향기로 나의 이름을 불러 달라고요?!!! 음음.... 음.... 어째서요? ㅜㅜ

 

 

5연!

그게 뭐든, 有名한 당신에게
나도 불리고 싶어요 

아.... 중요한 건 불러주는 사람이 중요한 사람이어야 한다는 거군요! 이름 따위 뭐가 되었든, 유명한 당신이 불러준다는 게 중요한....

 

 

6연!

우리들은 모두
용도 변경하고 싶은 걸요
너는 당신에게 나도 당신에게
그러니까 불릴 수만 있다면,
매머드*도 괜찮아요 

 

음음.... 아.. 우리는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가... 이렇게 바뀌었네요. 우리들은 모두 용도 변경하고 싶다고... 사실 저도..... 저 혐의는 벗어날 수 없.... ㅜㅜ 

아무래도 좋고, 다 좋고, 매머드도 좋고, 아무튼, 불릴 수만 있다면....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면.... 가치를, 그것이 어떤 가치가 되었든 인정받을 수만 있다면..... 아.. 슬픈 시네요. 

 

매머드 By Hawkins - http://www.nps.gov/jeff/LewisClark2/TheJourney/Fossils.htm http://www.copyrightexpired.com/earlyimage/prehistoriclifeafterkt/mammoth04.html,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1461078

 

 

이 시가 최근 시인 만큼, 진짜 현실 밀착형 풍자시인 듯합니다. 

 

원작과의 비교도 재미있을 듯 하고요....

 

원작 시는 아래 링크 클릭.

2021.05.30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현대시] - [전문, 해설] 김춘수, 꽃

 

[전문, 해설] 김춘수, 꽃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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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수의 '꽃'을 패러디한 다른 시는 아래 링크 클릭클릭.

2021.06.17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현대시] - 오규원 / 꽃의 패러디 [김춘수, '꽃' 패러디] / 전문, 해설

 

오규원 / 꽃의 패러디 [김춘수, '꽃' 패러디] / 전문, 해설

꽃의 패러디 오규원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왜곡될 순간을 기다리는 기다림 그것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렀을 때 그는 곧 나에게로 와서 내가 부른 이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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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0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현대시] - 장정일,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김춘수, '꽃' 패러디

 

장정일, 라디오같이 사랑을 끄고 켤 수 있다면 / 김춘수, '꽃' 패러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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