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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문과 해설/김만중

김만중, 구운몽 <6> 전문, 해설 / 전쟁! 피난갔는데... 도사님!

by 뿔란 2021.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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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1>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1>

구운몽(완판 105장본) 구운몽 목록 양소유는 초나라 양치사의 아들이니 승명(僧名)은 성진이라. 팔선녀라. 정경패는 정사도의 딸이니 영양공주라. 이소화는 황제의 딸이니 난양공주라. 전채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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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생이 객점에서 자는데 마음에 잊혀지지 않아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 우는 소리를 기다리더니, 한참 후에 날이 장차 밝으려 하자 생이 서동을 불러 말을 먹이는데, 갑자기 규모의 군대가 들어오는 소리가 문득 바라보니 천지가 진동하였다. 생이 크게 놀라 옷을 떨쳐 입고 밖에 내달아 보니 피난하는 사람들이 분주하게 달아나거늘, 생이 황망히 연고를 묻자, ‘신책장군(神策將軍) 구사량(仇士良)이란 사람이 나라를 배반하여 자칭 황제라 하고 군병을 일으키자 천자께서 진노하시어 신책의 대병을 단번에 파하니 도적이 패군하여 온다.’ 하거늘, 생이 더욱 크게 놀라 서동을 재촉하여 피난하여 도망할 , 바를 몰라 남전산으로 들어가 피하고자 하였다. 아이를 재촉하여 들어가며 좌우를 살펴 산수를 구경하다가, 문득 보니 절벽 위에 수간 초당 있는데 구름에 가렸고 학의 소리가 들리거늘, ‘분명 인가가 있다.’ 하고, 바위 사이 돌길로 올라 찾아가니 도사가 자리 위에 비스듬히 앉았다가 양생을 보고 기뻐하여 물어 말하였다.

 

  “너는 피난하는 사람이니 반드시 회남 양처사의 아들이 아니냐?”

 

'생이 서동을 불러 말을 먹이는데'는  '양생이 서동을 불러 말에게 먹이를 주게 시키는데'라는 뜻.

'수간 초당'은 '몇 칸짜리 초가집'.

 

 

 양생이 나아가 재배하며 눈물을 머금고 대답하여 말하였다.

 

  “소생은 양처사의 아들입니다. 아비를 이별하고 다만 어미를 의지하여 재주가 심히 미련하나 먕령되이 요행으로 과거   를 보려 화음 땅에 이르렀는데 난리를 만나 살기를 도모하여 이곳에 오늘날 선생을 만나 부친의 소식을 듣기는 하늘   이 명하신 일입니다. 이제 대인의 궤장(几杖) 모셨으니, 엎드려 빌건대 부친은 어디 계시며 건강은 어떠하십니까? 원   컨대 말씀을 아끼지 마십시오.”

 

재배 : 두 번 절하는 것.

궤장 :  통일신라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여러 왕조에서 70세 이상의 연로한 대신들에게 하사한 안석(案席 : 앉을 때 몸을 기대는 방석)과 지팡이


'대인의 궤장을 모시다'는 '대인을 만났다', '대인을 모시게 되었다' 등의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다.

궤장 ('궤'는 의자, '장'은 지팡이)

 

 도사가 웃으며 말하였다.

 

  “ 부친이 아까 자각봉에서 나와 바둑을 두었는데 어디로 줄을 알겠느냐. 얼굴이 아이 같고 머리카락이 세지 아니   하였으니 그대는 염려치 말라

 

 양생이 울며 청하여 말하였다.

 

  “원컨대 선생의 도움으로 부친을 뵙게 하십시오.”

 

 도사가 웃으며 말하였다.

 

  “부자간 지극한 정이 중하나 신선과 범인(凡人) 다르니 보기 어렵다. 삼산(三山) 막연하고 십주(十洲) 아득하니 부친의 거취를 어디 가서 찾겠는가, 너는 부질없이 슬퍼 말고 여기서 머물며 난리가 평정된 후에 내려가거라.”

 

범인(凡人) : 보통 사람

삼산(=삼신산) : 중국 전설에 나오는 봉래산(蓬萊山), 방장산(方丈山), 영주산(瀛洲山). 신선이 산다고 한다.


십주(十洲) : 도가에서 말하는 바다 한가운데 있어 신선들이 산다는 열개의 산. 

 

 양생이 눈물을 씻고 앉았는데 도사가 갑자기 위의 거문고를 가리켜 말하였다.

 

  “너는 저것을 하느냐?”

 

 생이 대답하여 말하였다.

 

  “소자가 좋아하지만 생을 만나지 못하여 배우지는 못하였습니다.”

 

 도사가 동자를 시켜 거문고를 내려와 세상에 전해지지 않은 곡조를 가르치니, 소리는 청아하고 맑고 또렷하여 인간 세상에서 듣지 못하던 소리였다. 도사가 생에게 타라고 하자, 양생이 도사의 곡조를 본받아 타니 도사가 기특히 여겨 옥퉁소 곡조를 불며 생을 가르치니 생이 능히 따라하였다.

도사가 크게 기뻐하여 말하였다.

 

  “이제 거문고와 퉁소를 네게 주니 잃어 버리지 말아라. 이후에 때가 있을 것이다.”

 

 생이 감사히 절을 하고 말하였다.

 

  “소생이 선생을 만나기도 부친의 인도하심이요, 선생은 부친의 친구이시니 어찌 부친과 다르겠습니까? 바라건데 선   생을 모셔 제자가 되고 싶습니다.”

 

 도사가 웃으며 말하였다.

 

  “인간의 공명이 너를 따르니 아무리 하여도 피하지 못할 이다. 어찌 나와 같은 노부(老夫) 속절없이 늙겠느 냐? 말년에 돌아갈 곳이 있으니 우리와 상대할 사람은 아니다.”

 

 양생이 다시 재배하고 말하였다.

 

  “소자가 화음 땅의 진씨 여자와 혼사를 의논하였는데, 난리에 바쁘게 도망하였으니  혼사가 되겠습니까?”

 

 도사가 웃으며 말하였다.

 

  “ 혼사는 여러 곳에 있지만 진씨와의 혼사는 어두운  같으니 생각지 말아라.”

도사님이 양소유의 미래를 마구 예언하고 계시다. ㅎ
('공명'은 '이름을 떨치는 것'. 그러니까 명예. 옛날에 이름을 떨친다면 역시 높은 벼슬이다.) 

양소유도 점 보러 간 사람 마냥 "지금 여친이랑 잘 될까요?" 수준의 질문을 했는데, 안타깝게도 부정적인 대답을 들었으니 .... ㅜㅜ 

 

 

 양생이 도사를 모시고 자는데 문득 동방이 밝았다.

 도사가 생을 불러 말하였다.

 

  “이제 난이 평정되었고 과거는 다음 봄으로 기한이 옮겨졌다. 대부인 너를 보내고 주야로 염려하시니 어서 가거라.”

 

남의 엄마를 높여서 '대부인'이라 부른다. 여기서는 맥락상 양소유의 엄마.

 

 하고, 행장을 차려 주었다. 양생이 상하에 내려 재배하고 거문고와 퉁소를 가지고 동구 밖으로 나와 돌아보니 집이며 도사는 없었다.

 

 처음에 양생이 들어갈 때는 춘삼월이어서 화초가 만발하였는데 나올 때에는 국화가 만발하였기에 이상하게 여겨 행인에게 물으니 추팔월이었다. 어찌 도사와 하룻밤 것이 이토록 오래인가, 헛된 것이 세상이로다. 양생이 나귀를 재촉하여 몰아 진어사 집을 찾아오니 양류는 없고 집이 쑥밭이 되어 있었다. 생이 속절없이 터에 서서 소저의 <양류사> 읊으며 소식을 묻고자 하였지만, 인적이 없어 어쩔 없이 객점으로 물어 말하였다.

 

고전소설의 전기성(傳奇性)을 느껴보시라.
집과 도사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어느 집에 가서 하룻밤 잤는데 몇 개월이 흘렀다. 속세는 무상하다.

이렇게 선계의 짧은 시간이 속세의 긴 시간이 되는 이야기는 무릉도원 스토리가 대표적이다. 뭐, 서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 있었는데 잊어먹었다.

 

  “ 진어사 가솔(家率) 어디로 갔는가?”

 

 주인이 탄식하여 말하였다.

 

  “상공이 듣지 못하셨군요? 진어사는 역적에 참여하여 죽고 소저는 서울로 잡혀갔는데, 죽었다 하고, 궁중 노비가 되었다 하니 자세히 알지 못하겠습니다.”

 

 양생이 말을 듣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말하였다.

 

  “남전산 도사가 진씨 혼사는 어두운 같다 하더니, 진소저는 분명히 죽었구나.”

 

 하고, 즉시 행장을 꾸려 출발해 수주로 향하였다.

 

 이때 유씨 생을 보낸 후에 경성이 어지러움을 듣고 주야로 염려하더니 문득 생을 보고 내달아 붙들고 울며 죽었던 사람을 다시 듯하였다.

 

  “작년 황성에 난리 중에 위태로운 지경을 면하고 살아와 모자가 다시 상면하기도 천행이요, 나이가 어리니 공명은 바쁘지 아니하나 너를 만류치 아니함은 땅이 좁고 궁벽하기 때문이다. 나이 십륙 세니 배필을 구할 것이지만 가문과 재주와 얼굴이 너와 같은 사람이 없구나. 경성 춘명문 밖에 자청관(紫淸觀) 두련사(杜鍊師) 하는 사람은 나의 외사촌 형제다. 지혜가 넉넉하고 기개와 도량이 평범치 않아 모든 명문귀족을 알고 있다. 내가 편지를 부치면 바드시 너를 위하여 어진 배필을 구해 것이다.”

 

 하고, 편지를 주거늘 생이 행장을 차려 하직하고 떠났다.

 

양소유 엄마는 '유씨'다. 
양소유 엄마는 전쟁터에 가 있던 아들을 무척 걱정했고, 아들이 돌아오자 격하게 (뛰어나가 붙들고 울며) 반긴다.

엄마는 아들이 나이 어리니 벼슬길은 천천히 나가도 된다고 하며, 장가가 더 급하다고 한다. 동네가 후져서 집안이며, 재능이며, 외모며 자기 아들에게 어울리는 여자가 없다는 것이다. 

장가를 잘 가기 위해 외가쪽 5촌 아저씨네를 만나러 떠나는 양소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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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23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7>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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