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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문과 해설/김만중

김만중, 구운몽 <4> / 양소유의 탄생 / 전문, 해설

by 뿔란 2021.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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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운몽> 처음부터 보실 분들은 여기로!

2021.05.03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1>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1>

구운몽(완판 105장본) 구운몽 목록 양소유는 초나라 양치사의 아들이니 승명(僧名)은 성진이라. 팔선녀라. 정경패는 정사도의 딸이니 영양공주라. 이소화는 황제의 딸이니 난양공주라. 전채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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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설이라.

 

'각설(却說)'은 이제까지 다루던 내용을 그만두고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릴 때 쓰는 말이다. 비슷한 말로 '차설(且說)'이 있다. '화설(話說)'은 이야기의 첫 머리에 쓰인다.

 

 성진이 사자를 따라 가는데 문득 큰 바람이 일어 공중에 떠 천지를 분간치 못하였다. 한 곳에 다다라 바람이 그치자 정신을 수습하여 눈을 떠보니 비로소 땅에 서있었다.

 한 곳에 이르니 푸른 산이 사면으로 둘러 있고 푸른 물이 잔잔한 곳에 마을이 있었다. 사자가 성진을 기다리게 하고 마을로 들어간 후, 성진이 한 참 서서 들으니 서너 명의 여인이 서로 말하기를,

 

양처사 부인이 오십이 넘은 후에 태기가 있어 임신한 지 오래인데 지금 해산치 못하니 이상하다.”

 

하더라.

 

저승에서 사자(使者, 명령을 수행하는 사람, '저승사자'의 그 '사자'다.)를 따라 인간계로 내려온 성진. '태기', '임신', 해산' 등의 단어로 이미 성진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

 

 

한참 후에 사자가 성진의 손을 잡고 말하였다.

 

이 땅은 곧 당나라 회남도(淮南道) 수주(秀州) 고을이요, 이 집은 양처사의 집이다. 처사는 너의 부친이요, 부인 유씨는 네 모친이다. 네 전생의 연분으로 이 집 자식이 되었으니 너는 네 때를 잃지 말고 급히 들어가라.”

 

성진이 들어가며 보니 처사는 갈건(葛巾)을 쓰고 학창의(鶴氅衣)를 입고 화로에서 약을 다리고 있었다.

 

낙파(駱坡) 이경윤(李慶胤)의 시주도(侍酒圖)_공유마당_ 오른쪽 아저씨가 입고 있는 옷이 '학창의'

'처사'는 '은사'와 비슷한 말로 벼슬하지 않은 선비를 말한다.

'갈건'은 '갈포로 만든 두건'이다. '갈포'는 칡의 껍질로 만든 섬유로 고대부터 쓰이던 것이다. 갈건, 갈포 모두 서민들이 쓰는 것이다. 

'네 때를 잃지 말고 급히 들어가라'니, 도대체 무슨 때인지 궁금한가? 궁금하거나 이미 무슨 때인지를 알거나 해야 한다. 

 

 

 부인이 이제 막 신음하자, 사자가 성진을 재촉하여 뒤에서 밀쳤다. 성진이 땅에 업어지니 정신이 아득하여 천지가 뒤집어지는 듯하였다. 급히 소리쳐 말하였다.

 

나 살려! 나 살려!”

 

그러나, 소리가 목구멍 속에 있어 능히 말을 이루지 못하고 어린 아이의 울음 소리만 나왔다. 부인이 이에 아기를 낳으니 남자였다. 성진이 다만 오히려 연화봉에서 놀던 마음이 역력하더니 점점 자라 부모를 알아 본 후로 전생 일을 아득히 생각지 못하였다.

 

어머니가 해산할 때 아이의 영혼이 들어가는 것인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될 때 영혼이 들어가는지, 아니면 그 사이 아무때에 들어가는지? 환생을 말하는 많은 이들이 아이가 말을 못할 때에는 전생을 기억하나 점차 현생의 일을 알아가며 전생을 잊는다고 주장한다.

 

 

양처사가 아들을 낳은 후에 매우 사랑하여 말하였다.

 

이 아이의 골격이 맑고 빼어나니 천상의 신선이 귀양 왔다.”

 

하고, 이름을 소유라 하고, 자는 천리라 하였다. 양생이 십여 세에 이르러 얼굴이 옥 같고 눈이 샛별 같아 풍채가 준수하고 지혜가 무궁하니 실로 대인군자였다.

하루는 처사가 부인에게 말하였다.

 

나는 세속 사람이 아니요, 봉래산 선관(仙官)으로서 부인과 전생 연분이 있어 내려왔는데, 이제 아들을 낳았으니 나는 봉래산으로 가거니와 부인은 말년에 영화를 보시고 부귀를 누리시오.”

 

하고, 학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갔다.

 

꿈의 세계(인간계)로 이야기가 들어서며 주인공 성진은 양소유로 이름이 바뀌었다.
고전소설이나 19세기 러시아 소설 등을 읽을 때 가장 어려운 점은 한 사람을 일컫는 지칭과 호칭이 너무 다양해서 누가 누군지 구분이 안된다는 것이다. 이건 별다른 도리가 없다. 섬세하게 스토리를 따라가며 적절한 질문(아, 얘가 누구지? 앞의 걘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더 읽어가며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내야 한다. 
<구운몽>의 주인공 '성진'은 , '화상', '소화상', '양소유', '양생', 등등등 숱한 지칭과 호칭을 얻을 것임을 미리 말씀드린다.
참고로, '양생'이라 함은 '김씨', '김형'처럼 양씨 성을 가진 남자를 일컫는 것이다. <허생전>의 '허생'도 '허씨' 정도로 읽으면 된다.
전형적인 고전 소설의 수법이다. 주인공은 늘 하늘에서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 인간계로 내려온 사람이다. 그리고 그들은 추후 다시 천상계로 돌아간다. 이렇게 이야기에서 자주 반복되는 것을 '화소(話素, motif)'라고 한다. 여기서는 '적강화소'가 쓰인 것인데, '적강(謫降)'은 '귀양갈 적'자에 '내려올 강'자를 써서, 하늘에서 인간세상으로 귀양을 왔다는 뜻이다. 주인공 성진과 양처사, 두 사람이 적강한 것이다.

'적강화소'에 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아래 링크 클릭!

2021.05.09 - [수능국어/국어 용어들] - 적강화소, 적강, 화소, 모티프(motif)

 

적강화소, 적강, 화소, 모티프(motif)

고전 소설을 보다 보면 적강화소가 쓰였다는 말을 많이 보게 됩니다. 적강화소란 무엇일까요? 일단 '적강'부터 보십시다. '적강(謫降)'은 謫, '귀양갈 적'에, 降, '내릴 강'을 씁니다. '귀양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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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사가 승천한 후에 양생이 이십 세를 당하여 얼굴은 백옥 같고, 글은 이적선(李謫仙) 같으며, 글씨는 왕희지(王羲之)같고, 지혜는 손빈(孫殯) 오기(吳起)도 미치지 못하였다.

하루는 성진이 모친께 아뢰어 말하였다.

 

들어보니 과거 시험이 있다 합니다. 소자 모친 슬하를 떠나 서울 황성에 유학하고자 합니다.”

 

 유씨가 그의 뜻이 본디 평범하지 않음을 보고 만리 밖에 보내기 민망하지만, ‘공명을 얻어 가문을 보전할까 한다.’ 하고, 즉시 봉황이 새겨진 금비녀를 팔아 행장을 차려주니, 양생이 모친께 하직하고 한 필 나귀와 삼척 서동(書童)을 데리고 떠났다.

 

흔히 고전소설의 주인공은 재자가인형 인물이다. '재자가인'은 '재자(才者)', 즉 재주있는 사람과 '가인(佳人)', 아름다운 사람을 합한 말이다. 양생 역시 외모와 재주를 두루 갖춘 인물이다.
'이적선'은 당나라의 시인 이백이다. 이태백이라고도 불리며, 우리 민요에도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하며 등장할 만큼 유명한 시인이다. 이백을 '적선', 즉 인간계에 내려온 신선이라고도 흔히 부른다.
손빈은 '손자병법'의 저자인 손무의 조손으로, '손빈병법'을 남겼다. 
'삼척 서동'은 책보자기를 들고 다니는 키 작은 아이다. 1척이 22센티미터쯤 되니까, 삼척동자, 삼척서동은 키가 66센티미터쯤 되는 아이다.

 

이백, 당나라의 시인
왕희지, 동진의 시인, 서예가
왕희지 글씨, '난정서'부분, 퍼블릭 도메인, https://commons.wikimedia.org/w/index.php?curid=42348
손빈, 제나라의 군사(軍師)
오기, 중국 전국시대의 병법가, 장군, 정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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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13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5>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5>

편부터 보실 분은 아래 클릭! 2021.05.03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 data-og-description="구운몽(완판 105장본) 구운몽 목록 양소유는 초나라 양치사의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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