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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문과 해설/현대시

김영랑, 북

by 뿔란 2020. 11.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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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시인은 1930년대 시문학파 동인으로, 순수 서정시인으로 유명합니다.

혹자는 김영랑 시인의 퍽이나 남성적인 외모를 생각하면, 그의 서정, 서정한 시가 뜻밖이라고 하더군요.. ㅎㅎ

김영랑 시인의 30년대 서정시는 퍽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이 그의 뚝심과 배치되거나 상충하는 것은 아닙니다.

 

김영랑은 일제 강점기에 끝까지 자신의 고결함을 지닌,

드문 시인 중 한 명입니다.

김영랑은 창씨 개명도 끝까지 거부했으며, 친일시는 물론,

일본어 시도 발표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일제의 만행이 극에 달해 한국어가 전면적으로 금지되었던 1940년대를 향해 가며

김영랑이 쓴 시는 지금까지의 서정성을 넘어 민족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북'이라는 시는 1935년 발간된 <영랑시집>에 실린 시로, 판소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김영랑은 전라도 강진의 대지주집 장남답게 전라도의 예술에도 해박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당시의 유명한 명창들이 판소리를 할 때 직접 북을 잡고 장단을 치기도 했다는 군요.

아, 판소리에서 북을 치는 사람은 '북잽이, 고수'라고 합니다.

 

강진, 시문학파 기념관


 

 

                                                                김영랑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

 

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

엇머리 자진머리 휘몰아보아

 

이렇게 숨결이 꼭 마저사만 이룬 일이란

인생에 흔치 않어 어려운 일 시원한 일.

 

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

헛 때리는 만갑(萬甲)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

 

장단(長短)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

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伴奏)쯤은 지나고,

북은 오히려 컨닥타요.

 

떠받는 명고(名鼓)인데 잔가락을 온통 잊으오.

떡 궁! 동중정(動中靜)이오 소란 속에 고요 있어

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치지.

 


판소리 공연_왼쪽이 광대_오른쪽이 고수_ 출처:e영상역사관

시의 첫 시작부터 상황이 명확합니다. 

시의 청자인 '자네'는 판소리를 하는 광대입니다. 

(판소리 공연자를 광대, 북 반주자를 고수라 부르죠.)

시의 화자는 고수 역할을 맡겠다고 합니다. 

 

두번째 연에서는 판소리에 쓰이는 장단들이 나오고요,

 

세번째 연에서는 '이렇게 숨결이 꼭 맞아서만 이룬 일'이라는 표현이 나옵니다.

고수와 광대의 숨결이 꼭 맞아, 시원한 일을 이루는 것이 판소리라는 것입니다.

 

네번째 연, '소리'는 광대의 소리인데요, 광대의 소리가 없으면 고수의 북은 쓸모가 없어지고, 

'만갑'은 당대의 명창 '송만갑'을 말하는데요, 

고수가 제대로 북을 치지 않으면 제아무리 당대의 명창이라도 헛숨이나 쉬고 말 뿐, 

소리를 잘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즉, 광대와 고수가 모두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송만갑_근대 판소리 명창

 

다섯째 연에서는 고수의 역할을 말합니다. 

장단을 친다는 말로는 고수의 역할을 설명할 수 없고, 

반주의 역할보다는 훨씬 큰 역할, 

컨닥타, 즉 지휘자가 고수라고 말합니다.

 

마지막 연에서는 '동중정', '소란 속의 고요'라는 말로 

판소리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며, 

그 속에서 인생이 성숙되어 간다고 합니다. 

 

이날치

 

 

판소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요즘입니다.

그러나 요즘 젊은 국악인들이 판소리를 현대적으로 계승하며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죠.

전통적인 판소리의 맛도 다시 즐겨볼 수 있는 여유있는 우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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