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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문과 해설/현대시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by 뿔란 2020.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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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생가, 원래 기와집인데... 복원을 잘못해서....(사진_한국교육방송공사)


내 마음을 아실 이

 

                                       - 김영랑 -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 마음 날 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이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어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 마음 날 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맑은 옥돌에 불이 달어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 마음은.

 

- <시문학>(1931) -

 


김영랑은 자신의 시에 특별히 제목을 짓지 않았다고 합니다. 

전 김영랑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제목 짓기 너무 어렵잖아요 ㅜㅜ

 

아무튼, 그래서 김영랑 시의 제목은 거의 시의 첫 구절을 땄다고 합니다.

 

시를 읽는 게 혹여 힘드신가요?

저도 힘들 때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도 그냥 말이라는 걸 염두에 두시고,

문장이나 절의 연결이 행의 구분과 잘 안 맞을 수도 있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익혀 두시고

시인의 감정이나 논리에 따라 낯선 수식어들이 붙을 수 있고,

낯설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하시며

쓰여 있는 그대로 읽으시면 됩니다.

 

(캘리그라피들의 저작권은 한국저작권위원회에 있습니다)

 

저는 이 시를 참 자주 떠올립니다.

인간관계에서 찜찜하거나 기분 나쁜 일이 생길 때마다 거의 떠올리는 것 같아요. 

 

내 마음 아실 이, 내 혼자 마음을 날같이 아실 이......

그런 사람이 세상에 진짜 존재할 수 있을까요?

존재한다면 참 소중한 존재겠죠, 물론.

 

그런 분이 계시다면 마음 속의 모든 것, 티끌, 눈물, 보람을 보여드리겠다 시인은 노래합니다만......

그것도 그 마음들이 보배인 것처럼 내어드리겠다고...

아 저는 생각만해도 창피한데....

그러나 내 마음을 마치 나인 것처럼 훤히 아는 분이라면 이미 부끄러워할 것도 없겠죠....

 

꿈에나 아득히 보일까 말까한

내 마음을 알아주는 분! 

그리운 게 당연하겠죠!

친한 친구를 뜻하는 '지기'도 '나를 알다'라는 뜻이니까요.

 

마지막 연을 보면,

향맑은 옥돌에 불이 달어 사랑은 타기도 한답니다.

사랑은 뜨겁고 향기롭고 맑고 귀한 것인데요...

그러나, 내 마음은 불빛에 연기인 듯 희미하기만 해서,

사랑하는 사람도 알 수 없는 것이 내 마음인 것이고,

 

하여,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그립기만 할 뿐

설령 사랑하는 사람이라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는 될 수 없는 것이죠!

 

사실 말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사람이 자기 마음을 제대로 알 수나 있을까요?

내 마음은 온갖 눈에 보이는 것, 귀에 들리는 것.... 감각과 욕심에 휘둘리고

지나간 후회와 미래에 대한 집착 등으로

맑게 드러나 보일 짬이 없을 뿐더러....

때로는 정말 내 '마음'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존재하기는 하는지 의심스러운 날도 있으니까요.

 

여러분들은 마음을 들여다보고 계신가요?

 

 

김영랑에 대한 앞선 포스팅  http://ppullan.tistory.com/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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