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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문과 해설/김만중

김만중, 구운몽 <15> / 가춘운, 첫날밤과 두번째밤 / 전문, 해설

by 뿔란 2021.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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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 - [문학, 전문과 해설/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1>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1>

구운몽(완판 105장본) 구운몽 목록 양소유는 초나라 양치사의 아들이니 승명(僧名)은 성진이라. 팔선녀라. 정경패는 정사도의 딸이니 영양공주라. 이소화는 황제의 딸이니 난양공주라. 전채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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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림이 말하였다.

 

  “선녀는 무슨 일로 요지(瑤池)의 무한한 경개를 버리고 이 산중에 와 외로이 머무십니까?”

 

 

〈요지연도〉(瑤池宴圖) / 서왕모(西王母)의 거처인 곤륜산(崑崙山) 요지(瑤池)에서 열리는 연회장면을 그린 것 / 위키

 

 

 선녀가 탄식하여 말하였다.

 

  “옛 일이 꿈 같아 생각하면 슬픕니다. 첩은 서왕모(西王母)의 시녀로서 광한궁(廣寒宮)의 잔치 때 낭군이 첩을 보고 희롱했다 하시고 옥황상제(玉皇上帝)께서 진노하시어 낭군은 중죄하여 인간으로 귀양 보내고 첩은 경한 죄로 이 산중에 와 있는데, 낭군이 화식(火食)을 하신 까닭에 전생 일을 알지 못하시는군요. 상제께서 첩의 죄를 용서 하셔서 곧 승천하라는 분부가 계셨지만 낭군을 만나 전생의 회포를 풀고자 하는 까닭에 아직 머물렀으니 한림은 의심치 마십시오.”

 

 한림이 이 말을 듣고 선녀의 손을 이끌어 침소로 들어가 오랬동안 바라던 회포를 다 못 풀었는데 사창(紗窓)이 밝아왔다.

 

 

광한궁 : 달에 있다는, 항아(姮娥, 달의 여신, '상아'라고도 한다.)가 사는 궁전.

'서왕모'는 지난번에도 출연하셨으니, 생략합니당.

신선은 생식... 그러니까, 육회, 생선회, ... 솔잎, 생곡식 이런 거 먹고 산다고 하죠. 불이랑 전기써서 팍팍 익혀 먹는 게 화식. 화식을 하면 신선처럼 똑똑할 수는 없는 건가 봐요..... 오늘부터 생쌀을 씹으면..... 하하하

여기도 적강화소가 쓰인 건데... . 원래, 구운몽 전체 스토리 자체에 적강 화소가 있는 거죠. 성진이 양소유로 태어나는 것이 적강이니까요. 그런데 또 그 이야기 안에 이번엔 거짓말로 적강 화소....  어떻게 보면, 가춘운이 늘어놓는 이 거짓말이 본인도 모르게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는 게 재미있네요. ㅎㅎ

'적강'과 반대말은? '승천'

아니, 근데 신선, 선녀였던 전생이라면서, 그 전생의 회포를 밤새 침실에서 풀고 .... 막 이래도 됩니까? 

'사창'은 비단 창문입니다. 옛날 문에 종이를 바르듯이 종이 대신 비단을 쓴 창문이겠죠. 그런데 흔히 '사창'이라고 하면 '여자 방 창문'이라는 뜻으로 많이 쓰이는 듯 합니다. 

'적강 화소', 자세히 보고 싶은 분은 아래 링크 클릭!

 

 

2021.05.09 - [수능국어/국어 용어들] - 적강화소, 적강, 화소, 모티프(motif)

 

적강화소, 적강, 화소, 모티프(motif)

고전 소설을 보다 보면 적강화소가 쓰였다는 말을 많이 보게 됩니다. 적강화소란 무엇일까요? 일단 '적강'부터 보십시다. '적강(謫降)'은 謫, '귀양갈 적'에, 降, '내릴 강'을 씁니다. '귀양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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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녀가 한림에게 말하였다.

 

  “오늘은 첩이 승천할 날이어서 모든 선관(仙官)이 첩을 데리러 올 것이니, 낭군은 오래 머물지 못 하실 것입니다.”

 

 하고, 어서 가기를 재촉하며 말하였다.

 

  “낭군이 첩을 잊지 아니 하신다면 다시 만나뵈올 날이 있을 것입니다.”

 

하며, 수건에 이별시를 써 한림에게 주거늘, 한림이 옷소매를 떼어 그 글에 화답하였다.

 

 선녀가 그 글을 보고 눈물을 지으며 말하였다.

 

  “서산에 달이 지고 두견이 슬피 우니 한번 이별하면 구만 장천 구름 밖에 이 글귀뿐이군요.”

 

 글은 받아 품에 품고 재삼 재촉하였다.

 

   “때가 점점 늦어지니 낭군은 어서 가십시오.”

 

'선관'이면 '신선이면서 천상계 관리, 벼슬아치'라는 뜻이겠죠. ㅎㅎ '천관'이면 '천상계 관리, 벼슬아치'... 

 이 커플 이별하는 겻 보세요. 여자가 수건에 이별시를 써서 남자에게 줍니다. 남자는 자기 옷을 찢어서 그 찢어진 자락에 답시를 써 줍니다. (엄마한테 혼나야 하지 않을까요? 해외여행 갔다오면서 면세점에서 비싼 손수건 사다 줬더니 남자친구한테 연애편지 써주고, 여자한테 미쳐서 옷을 막 찢고 다니고 이러면 말입니다.... )
 아무튼, 이 남친은 말이 짧은가 봅니다. 옷소매가 작아서 그랬을까요? 암튼, '서산에 달이 지고 두견이 슬피 우니 한 번 이별하면 구만 장천 구름 밖에....' 이게 이별시의 내용이라는군요. 

 

 한림이 선녀의 손을 잡고 눈물로 이별하니 그 애련한 정은 차마 보지 못할 바였다.

 

 한림이 집에 돌아오니 자각봉의 많은 화초가 두 눈에 삼삼하고 선녀의 말 소리는 두 귀에 쟁쟁하니 꿈을 깬 듯하여 탄식해 말하였다.

 

  “거기 잠깐 몸을 숨겨 선녀의 가는 모습을 못 본 것이 한이다.”

 

 이렇듯 도저히 잊을 수 없어 할 때, 정생이 돌아와서 한림에게 말하였다.

 

  “어제 집사람의 병으로 형과 함께 선경을 구경치 못하여 한이 되었으니 다시 또 한번 형과 놀아봄이 어떠하오?”

 

 한림이 크게 기뻐하여 선녀가 있던 곳이나 보고자 하여 술과 안주를 가지고 성 밖에 나와 보니 녹음방초(綠陰芳草)가 꽃보다 아름다운 초여름이었다.

 

 한림과 정생이 술을 부어 마시는데 길가에 퇴락한 무덤이 있어 한림이 잔을 잡고 탄식하여 말하였다.

 

  “슬프다. 사람이 죽으면 다 저러하구나.”

 

 정생이 말하였다.

 

 “형은 저 무덤을 알지 못할 것이오. 옛 장녀랑(張女娘)의 무덤이라. 장녀랑의 얼굴과 재덕이 만고에 으뜸이었는데 나이 이십 세에 죽자, 후세 사람들이 불쌍히 여겨 그 무덤 앞에 화초를 심어 망혼을 위로하니, 우리도 마침 이곳에 왔으니 한 잔 술로써 위로함이 어떠하오?”

 

 한림은 다정한 사람이다.

 

  “형의 말씀이 옳소. 한 잔 술을 아끼겠는가?”

 

하고, 각각 제문(祭文)을 지어 한 잔 술로 위로하였다.

 

 이때 정생이 무덤을 돌아다니다가 문득 비단 적삼 소매에 쓴 글을 얻어 가지고 읊으며 말하였다.

 

  “어떤 사람이 이 글을 지어 무덤 구멍에다 넣었는가?”

 

 한림이 살펴보니, 자각봉에서 선녀와 이별하던 글이었다.

 

 크게 놀라 말하였다.

 

  “그 미인이 선녀가 아니라 장녀화의 혼이었구나.”

 

하고, 땀이 나 등이 젖고 머리털이 하늘로 솟았다. 정생 없는 때를 타 다시 한 잔 술을 부어 가만히 빌어 말하였다.

 

  “비록 유명(幽明)은 다르지만 정은 같으니 혼령은 다시 보게 하라.”

 

하고, 정생을 데리고 왔다.

 

정경패 사촌 정십삼은 오늘도 열심히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네요. 양소유를 다시 꼬드겨서 무덤 있는 산으로 데려가고, 양소유가 옷 찢어서 시 쓴 거 발견했다고 하고, 이제 무덤의 주인 여자를 소개해 주는데 (근데 진짜 저 무덤이 그 무덤이긴 할까요? ㅎㅎㅎ) 

'유명'은 '어둠과 밝음', '저승과 이승'이라는 뜻입니다. '유명이 다르다'는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다르다, 삶과 죽음이 다르다... 이런 뜻입니다. 양소유는 전날 하룻밤을 같이 한 가춘운을 죽은 혼령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귀신이지만 남녀간의 사랑은 같으니 만나고 싶다고 소원을 빈 것입니다. 

 

이날 밤 한림이 화원 별당에 앉았는데 과연 창 밖에 발자취 소리가 나 한림이 문을 열어보니 자각봉 선녀였다. 한편으로 반갑고 한편으로는 놀라 내달아 옥 같은 손을 이끌자, 미인이 말하였다.

 

“첩의 근본을 낭군이 아셨으니 더러운 몸이 어찌 가까이하겠습니까? 처음에 낭군을 속인 것은 놀라실까 하고 선녀라 하여 하룻밤을 모셨던 것인데, 오늘 첩의 무덤을 찾아와 제사를 올리고 술을 부으셨으니 즐거웠고, 또 제문을 지어 임자 없는 그 혼을 이같이 위로하시니 어찌 감격치 않겠습니까? 은공을 잊지 못하여 은혜에 보답하러 왔지만 더러운 몸으로는 다시 상공을 모시지 못하겠습니다.”

 

한림이 다시 소매를 잡고 말하였다.

 

“사람이 죽으면 귀신이 되고 환생하면 사람이 되는 그 근본은 한 가지라. 유명은 다르나 연분(緣分)을 잊을 수 있겠는가?”

 

하고, 허리를 안고 들어가니 연모하는 정이 전날보다 백배나 더하였다.

 

한참후에 날이 새었다.

 

미인이 말하였다.

 

“첩은 날이 밝으면 출입을 못합니다.”

 

한림이 말하였다.

 

“그러하면 밤에 만나기로 하지.”

 

미인이 대답지 아니하고 꽃밭 속으로 들어갔다.

 

또, 지칭이 바뀌었네요. 가춘운을 '선녀'라고도 하고, '미인'이라고도 합니다. 

죽은 혼령이라고 해서 '더러운 몸'이라고까지 ㅜㅜ

'허리를 안고 들어가니 연모하는 정이.... ' 혼령이든 뭐든 필요없고 두번째 밤은 더 뜨거웠다는...... 

가춘운은 귀신역할에 충실하며, 다른 이들의 눈도 피하기 위해, 날이 밝으면 출입을 못한다는 둥 핑계를 대는데..... 마지막 사라질 때 꽃밭 속으로 들어갔답니다. ㅎㅎㅎ 수풀로 해서 잘 아는 호젓한 길이 있나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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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2.02 - [문학, 전문과 해설/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16> / 가춘운, 부적에 달아난 여자 귀신 / 전문, 해설

 

김만중, 구운몽<16> / 가춘운, 부적에 달아난 여자 귀신 / 전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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