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운몽을 처음부터 보실 분은 아래 링크 클릭!
2021.05.03 - [문학, 전문과 해설/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1>
각설.
한림이 한가한 날이면 술집에 가 술도 먹으며 기생도 구경했는데, 하루는 정십삼이 와 한림에게 말하였다.
“종남산 자각봉이 산천이 아름답고 경개가 좋으니 한번 구경함이 어떠하오?”
한림이 말하였다.
“바로 내 뜻입니다.”
하고, 술과 안주를 이끌고 갔다.
한 곳에 도착하니 꽃과 풀은 흐드러지게 피어 있고 온갖 꽃은 아리따운데, 문득 시냇물에 꽃이 떠내려오거늘 한림이 말하였다.
“반드시 무릉도원(武陵桃源)이 있을 것이다.”
✔ 정십삼 - 기억하시나요? 정경패의 사촌오라비입니다.
✔ '종남산 자각봉' - 중국 산시성에 도교로 유명한 종남산이 있다. 자각봉은 종남산의 한 봉우리. 한시에 자주 등장.
✔ 정십삼이 놀러가자고 하니까, 양소유는 "내 말이!", "바라던 바다!" 이렇게 반기고 있습니다. "바로 내 뜻입니다."라고.
✔ '무릉도원'은 아래 링크 참조!
2021.05.27 - [작가, 인물, 기타 문학 관련 이야기] - 도화원기, 물 위에 도화꽃잎이 뜬다면, 무릉도원
정생이 말하였다.
“이 물이 자각봉에서 내려오는데, 일찍이 들으니 꽃 피고 달 밝은 때에는 신선의 풍류 소리가 있어 들은 사람이 많다 하지만, 나는 신선(神仙 )과의 연분이 없어 한번도 구경치 못하였으니, 오늘 형과 함께 옷을 떨치고 올라가 신선의 자취를 찾고자 합니다.”
그러할 때 문득 정생의 종이 바삐 와 아뢰었다.
“낭자의 병이 중하오니 상공을 어서 오시라 합니다.”
정생이 탄식하며 말하였다.
“과연 신선과의 연분이 없도다. 인연(因緣)이 이러하여 가지만 양형은 신선을 찾아보고 오시오.”
하고 가자, 한림이 흥을 이기지 못하여 혼자 올라 가더니 물 위에 나뭇잎이 떠내려 오거늘 건져보니 글씨가 있으되, ‘선방(仙厖)이 운외폐(雲外吠)하니, 지시(知是) 양랑래(楊郞來)로다. 신선의 개 구름 밖에서 짖으니, 알겠군, 양랑이 오는구나.’ 하였거늘, 한림이 크게 놀라 말하였다.
“이는 반드시 신선의 글이다.”
✔ 자, 순식간에 '정십삼'을 '정생'이라고 지칭하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앞에서 본 내용 기억하시나요? 정십삼을 끼워서 뭔가 계략을 짜고 있던 정경패와 가춘운이었는데요, ㅎㅎ 이제 그 계략을 실행합니다. 다 짜여진 각본이죠. 도착하면, 정십삼의 종이 와서 거짓말로 정십삼을 빼냅니다.
✔ 정십삼은 "아, 나는 신선을 만날 인연이 없나봐요 ㅜㅜ" 이렇게 앓는 소리를 하며 "너라도 즐겨 줘~~~~" 하며 가버립니다. 왜? ㅎㅎㅎ 가춘운이랑 양소유랑 알콩달콩하라고요.
✔ '선방 운외폐, 지시 양랑래'.... 이거 어렵나요? 안 어렵습니다. 바로 뒤이어 해석이 나와 있거든요.
'선방 운외폐' - 신선의 개 구름 밖에서 짖으니
'지시 양랑래' - 알겠군(이것으로 안다), 양랑이 오는구나.
하고, 층암절벽으로 올라가니, 이때 날이 저물고 달이 밝아 길은 험하고 의탁할 곳이 없어 배회하는데, 갑자기 푸른 옷을 입은 선동(仙童)이 시냇가의 길을 쓸다가 한림을 보고 들어가며,
“양랑이 오십니다.”
하거늘, 한림이 더욱 놀라 어린 선녀(仙女)를 따라 가니 층암절벽 위에 한 정자가 있으되, 온갖 화초가 만발한데 앵무 공작이며 두견새 소리가 낭자하니 진실로 선경(仙境)이었다.
한림이 마음이 황홀하여 들어가니 비단 장막에 공작 병풍을 둘렀는데 촛불을 밝게 켜고 서있다가 한림께 나와 예를 올린 후에 말하였다.
“양랑께서는 어찌 저물어 오십니까?”
한림이 대답하여 말하였다.
“소생은 인간 사람이라 신선과 혼약(婚約)할 연분이 없는데 어찌 더디다 하십니까?”
✔ 아... 진짜 뻘쭘한 풍경이네요. 상상해 보세요. 층암절벽 산에, 밤이 되었고 달은 밝은데 그 험한 길에 푸른 옷 입은 꼬마애가 시냇가 길을 청소하고 있는 모습. 밤에? 아이가? 험한 산에서? 바닥 청소? ㅎㅎㅎ 이 어이없음에 막 선녀인가 보다~~~ 선동인가 보다~~~ 이렇게 믿게 되는 건가봐요. ㅎ
✔ 자, 우리 가춘운이랑 양소유 신방 좀 구경해 볼까요? ㅎㅎㅎ 비단 장막, 공작을 수놓은 병풍, 촛불.... 촛불에 보면 좀 이뻐보이는 거 아닐까요? 화장실 불빛보다 더 이뻐 보이는 조명, 촛불...
✔ 그런 화려한 신방에서 기다리던 선녀(?) 가춘운이 양소유에게, 왜 밤이 다 되어서 왔냐? 왜 더 일찍 오지 않았냐? 묻습니다. 양소유는 아니 나는 신선(가춘운 너는 신선, 아무래도 인간 아닌 듯... 이렇게 보고 있는 양소유입니다.)이랑 결혼 안 하는데? 왜 나를 기다렸다는 거지?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신선이면 어떻고 선녀든 사슴이든 뭐든 말이죠... 이쁘고, 나를 기다렸고, 밤이고, 산인데 하하하
선녀가 말하였다.
“한림은 의심치 마십시오.”
하고, 여동을 불러 말하였다.
“낭군께서 멀리 와 계시니 급히 차를 드려라.”
하니, 여동이 즉시 백옥 쟁반에 신선의 과일을 배설하고 유리잔에 자하주(紫霞酒)를 부어 권하거늘, 그 술이 인간 술과 달랐다.
한림이 말하였다.
“선녀는 무슨 일로 요지(瑤池)의 무한한 경개를 버리고 이 산중에 와 외로이 머무십니까?”
✔ 우리 선녀님, 포스가 ㅎㄷㄷ 합니다. "의심치 말아라! 너는 내 남자!!!" 이러고 계시네요. 바로 '낭군'이라고 지칭도 팍팍 해주십니다.
✔ 요지... 이것이 이쑤시개가 아니고요.. 그, 신선들이 사는 곤륜산에 있는 연못 이름이 '요지'입니다. 곤륜산의 주인은 서왕모 언니. 그러니까 지금 양소유는 가춘운이 선녀인 줄 알고 하는 말이긴 하지만, 선녀 중에서도 최고의 높은 여신, 레전드 선녀 서왕모에 가춘운을 빗대어 말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물론, 서왕모는 아름다운 여신이긴 한데 원래부터 그렇진 않았습니다. 서왕모는 근엄한 여신에서 아름다운 여신으로 변하신 케이스... 신선 전문 의느님이라도 만나셨던 걸까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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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9 - [문학, 전문과 해설/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 <15> / 가춘운, 첫날밤과 두번째밤 / 전문,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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