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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낙서13

우울하다, 말을 하니 우울해...... 김소월 시인이 썼다. 그립다 말을 하니 그리워....... 그리울 것 하나 없는 삭막한 연말이 가고 있다. 오늘은 자고 먹고 수다 떨고로 끝났다. 나도 내가 왜 이러고 사는지 잘은 모르겠는데 따지고 보면 나는 아주 어려서부터 이러고 살았다. 늘상 하는 일이 없었다. 이런 나 자신을 나는 어떻게 평가하고 대해야 할까. 이런 저런 책들을 읽다 나는 헛갈리기 시작했다. 밥값은 해야 한다고,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고, 지금 네가 놀고 먹는다면 그것은 모두 빚이라고..... 그런 현실적인 말들과 사람의 참 생명이란 원래 거칠 것이 없고 그 능력이 무량하니 생각해 보아라, 저 많은 무위도식하는 귀족들과 재벌가와 기타 등등을 네가 손발을 고생시켜야만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너의 마음이 이 우주의 무한한 자원이.. 2020. 12. 31.
운동삼아 절이나 해볼까? 절집하고는 제법 인연이 없지 않다. 할머니는 무속을 포함하는 전통적인 불교 신자였다. 아침이면 방 청소를 하고 화장을 하고, 모래를 담아 놓은 작은 스탠 아이스크림 컵에 향 한 대를 피워올리고, 카세트에 천수경을 틀어 놓았다. 할머니만의 기도였다. 할머니의 오랜 기도는 작은 고모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막을 내렸다. 배신감이었으리라. 엄마는 스스로 합리적이고 이지적인 사람이라 자부했다. 처녀적에는 성경도 읽고 감동해 보았고, 서양 고전 문학도 꽤나 읽었으며 서양 클래식 음악을 늘 즐겨 들었다고 한다. 결혼 후에야 시가와의 갈등으로 모든 정신력을 집중했다. 그러다 수행하는 불교, 무속과의 고리를 끊는 정통 한국 불교에 홀라당 반해버렸다. 모든 중생은 불성을 갖고 있으며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막.. 2020. 12. 28.
관리가 어려운 호리병, 그 속에 망할 지니 녀석 한 바가지의 비, 뒤에 끝없는 건기, 와중에 길인지 벌인지 모를 곳에서 나는 그만 어둠에 겁을 집어 먹었다, 덜컥, 냠냠 아니 그건 아니고 사실 내가 집어 먹은 건 끝없이 파고드는 한 줌의 모래 사실 겁은 원래 내게 있던 현실 어쩌면 아주 오래 내 안에 지니처럼 갇혀 있었을 겁. 우수수건 배시시건 배로롱이건 모래나 바람이나 먼지가 깨워버렸지 눈떴지 배시시, 웃으며 나를 보며 두려워해라 벌벌 떨어라 떨리는 손으로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데 해가 뜨면 세상 소음에 짓눌려 안으로 들어갔던 지니가 해가 지면 튀어나와 나와 같이 뒹구는데 그 낮과 밤들을 생략하고 또, 배운 바대로 읽은 바대로 생각해보자면 어느 날 눈을 뜨면 나도 세상도 지니도 간 곳이 없어 아, 이번 판은 별로였다. 다시, 다시 그럴 것 같다. 2.. 2020. 12. 24.
밤이 좋아서 오직 깜깜한 밤만을 온종일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있었다고 과거형으로 표현하기엔 지금도 밤이 좋긴 하지만, 그 시절엔 잠을 잘 수 있다는 게 행복했다. 모두가 불을 끄고 모두가 잠이 든다. 아무도 떠들지 않고 아무도 눈뜨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나와 남이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상관없는 그래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편안하게 평온하게 평화롭게, 밤과 잠. 그것은 참으로 축복이었다. 다시는 환생하지 않는다는 열반, 니르바나의 길은 어떤 것인가. 그것은 다만 다시 아침이 오지 않는 밤일까. 밤이거나 아니거나 상관없는 밤이어도 아니어도 좋은 그런 것일까. 근데 밤이어도 아니어도 좋은 것과 밤이거나 아니거나 싫은 것은 무슨 차이가 있을까. 2020.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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