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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가지의 비,
뒤에
끝없는 건기,
와중에
길인지 벌인지 모를 곳에서
나는 그만 어둠에 겁을 집어 먹었다,
덜컥, 냠냠
아니 그건 아니고
사실 내가 집어 먹은 건
끝없이 파고드는 한 줌의 모래
사실 겁은
원래 내게 있던
현실
어쩌면 아주 오래
내 안에 지니처럼 갇혀 있었을 겁.
우수수건 배시시건 배로롱이건
모래나 바람이나 먼지가
깨워버렸지
눈떴지
배시시,
웃으며 나를 보며
두려워해라
벌벌 떨어라
떨리는 손으로는 아무것도 쓰지 못하는데
해가 뜨면 세상 소음에 짓눌려 안으로 들어갔던
지니가
해가 지면 튀어나와 나와 같이 뒹구는데
그 낮과 밤들을 생략하고
또,
배운 바대로 읽은 바대로 생각해보자면
어느 날 눈을 뜨면
나도 세상도 지니도 간 곳이 없어
아, 이번 판은 별로였다.
다시, 다시
그럴 것 같다.
2020. 12. 24. 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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