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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낙서

운동삼아 절이나 해볼까?

by 뿔란 2020.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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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하고는 제법 인연이 없지 않다. 

 

할머니는 무속을 포함하는 전통적인 불교 신자였다.

아침이면 방 청소를 하고 화장을 하고, 

모래를 담아 놓은 작은 스탠 아이스크림 컵에 향 한 대를 피워올리고,

카세트에 천수경을 틀어 놓았다.

할머니만의 기도였다.

할머니의 오랜 기도는 작은 고모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나서 막을 내렸다.

배신감이었으리라.

 

엄마는 스스로 합리적이고 이지적인 사람이라 자부했다.

처녀적에는 성경도 읽고 감동해 보았고, 서양 고전 문학도 꽤나 읽었으며 서양 클래식 음악을 늘 즐겨 들었다고 한다.

결혼 후에야 시가와의 갈등으로 모든 정신력을 집중했다.

그러다 수행하는 불교, 무속과의 고리를 끊는 정통 한국 불교에 홀라당 반해버렸다.

모든 중생은 불성을 갖고 있으며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음을

막 십대가 되려는 자녀들에게 틈날 때마다 역설하곤 했다.

 

나는 다 좋았다. 

현실적인 것 빼고, 그것이 현실만 아니라면 대개는 좋아했다.

 

어느 절이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다.

지방의 절이었는데, 독성각쯤 되었으려나?

젊은, 어린 비구가 혼자 절을 하고 있었다.

어린데, 어려보이는데, 사미승도 아니고 비구라니, 

퍽 일찍 출가를 하였을 것이다.

보살이라 칭해지는 절 다니는 아줌마들은 그 비구를 흘깃흘깃 보며 지나갔다.

몇 마디쯤 자기네끼리 주고받기도 했다.

그때쯤엔 아가씨나 아기 보살이라 불렸을 법한 나도 그 비구를 흘깃댔다.

절하는 모습이 아름다워서였다.

부드럽게, 가볍게.

아주 많이 절을 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몸짓이었는데,

다른 모든 것, 가령 춤이라든지, 그런 것도 마찬가지일텐데,

몸짓에는 마음이 담기게 마련인 것이다.

 

절에서 할머니의 제사를 지낼 때 내 차례가 와 절을 할 때 나는

한껏 사회생활의 절을 한다든지........ 하는 것처럼.

 

아무튼, 그 비구의 절에는 간절하고 부드럽고 ... 그건 거의 사랑이었다.

자신을 낮추고, 낮추고, 

빠르지 않게 일정한 속도로 그는 계속 절을 이어갔다.

 

아니 나는 종교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다. 

 

운동부족이 만성화된지도 몇 년은 된 것 같다고, 

길을 걷는다든지 하는 것도 이제 재미가 없다고, 

헬스장은 갈 수 없는 세상인데다 가도 우울하기만 하더라고

내일쯤은 시간도 많으니 방석 펴놓고 슬슬 천배나 해볼까 싶다고 말하려던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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