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 고재종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꽃 한번 피우려고
눈은 얼마나 많은 도전을 멈추지않았으랴
싸그락싸그락 두드려 보았겠지
난 분분 난 분분 춤 추었겠지
미끄러지고 미끄러지길 수백 번,
바람 한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햇솜 같은 마음을 다 퍼부어 준 다음에야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보아라
봄이면 가지는 그 한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제목이 '첫사랑'인데, .... 1연부터 내용이 이상합니다. 눈이 꽃을 피우려고 도전을 한다니요? 이게 무슨 말? 게다가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데요? 혹시 '눈'이 '꽃눈'? 아니, 그냥 눈, snow? 사람 눈, eyes? 뭐죠?
2연은 이것은 누가봐도 '눈'이 했다는 그 '도전'을 자세히 묘사해 준 것 같은데요...... 2연을 보니 확실해집니다.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 하얀 눈이군요! 꽃을 피우려 노력하는 이상한 하얀 눈!
3연.... 바람 한자락 불면 휙 날아갈 사랑을 위하여.... ??? 잠깐만요.... 흔들리는 나뭇가지에 눈이 막 내리면서, 막 미끄러지면서 그랬는데, 바람 한자락 불면 휙 날아간다면, 그것은, 나뭇가지에 쌓인 눈? 그럴 수도 있겠는데요?
'햇솜 같은 마음'은 함박눈이 포근해 보이는 그런 모습이겠고요, '다 퍼부어 준 다음', 네, 눈이 펑펑 잔뜩 내린 다음, '마침내 피워낸 저 황홀?' 하지만, 꽃은 아니었지만..... 네, 혹시 이 단어가 떠오르신 분, 손!!!
눈꽃!!
네... 1연에서부터 나온 '꽃'은 '눈꽃'입니다. 그러면 전부 다 말이 되죠? ㅎㅎㅎ 자, 정말 그 꽃을 '눈꽃'으로 봐도 될지 마지막까지 확인해 봅니다!
마지막 4연을 보면, '봄이면 가지는 그 한 번 덴 자리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를 터뜨린다'..... 봄에 가지에서 터지는 아름다운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여드름? 앗, 죄송 ㅎ ... 그것은 꽃! 진짜 꽃이겠죠! '그 한 번 덴 자리는' 무슨 의미? 눈꽃이 피었던 자리라는 뜻이겠죠. 아니, 그런데 눈꽃이 뜨거운 것도 아닌데.... 예쁘기야 하지만 말이죠..... 왜 데었다, 화상을 입었다고 표현했을까요?
왜 데었다고 하지?
이해가 안 갈 때는, 제목이라도 다시 보면서.... 어, 제목이, 그러니까, .... 아, 첫사랑! 그러니까 눈꽃은 첫사랑이라, 아프게 남는 아름다운 사랑,... 진짜 꽃, 그러니까 이루어지는 사랑은 때가 되어야 찾아온다... 봄에..... 이런 거....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세간의 소문을 이렇게 시로 쓴 거.... 아니, 첫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는 이 세상 많은 청춘들에게 너무 가혹한 시 아닙니까?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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