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초나라에 유백아라는 거문고 명인이 살았다.
어느 날, 백아가 홀로 거문고를 타고 있는데, 문득 줄이 끊어졌다. 그의 경험 상, 이것은 누군가 음악을 훔쳐듣고 있다는 징조였다. 그가 살펴보니 과연, 한 나무꾼(혹은 어부..)가 몰래 음악을 듣고 있었다. 그 나무꾼이 바로 종자기였다. 두 사람은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곧 친해졌다.
오랫동안 거문고를 연주해 온 백아였으나 종자기만큼 자신의 음악을 이해해 주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백아가 강물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종자기는 곧 그것이 강물임을 알았고, 백아가 태산을 생각하며 연주하면 종자기는 그것이 태산임을 알았다. 종자기는 가난한 젊은이에 불과했음에도 그랬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다음 봄에 다시 만나기로 한 장소에 종자기는 오지 않았다. 젊은 종자기가 먼저 죽고 말았던 것이다. 백아는 종자기의 무덤에 가 마지막 연주를 했다. 그리고 거문고 줄을 끊어 버렸다. 자신의 음악을 알아 줄 이가 세상에 없으니 더 이상 음악을 연주할 필요가 없었다.
관련 성어들은 아래와 같다.
지음(知音) : 내 음악을 알아주는 사람. 내 음악을 알아들을 만큼 진짜 친구. 음악을 아는 사람.
지기(知己) : 나를 알아주는 사람. 나를 알아줄 만큼인 진짜 친구.
백아절현(伯牙絶絃) : 백아가 거문고 줄을 끊다. 참다운 벗의 죽음.
우리나라 어르신들은 참 재미난 분들이다. 장서각에서 발견된 작자도 시대도 알 수 없는 소설책이 있다. 뒷부분은 분실되어 없고 첫권만 남은 이 소설의 제목은 <유백아종자기금삼음> 이다. 사진 속 왼쪽 페이지, 오른쪽부터 세로로 읽자면, '유백아는 초국 영도 사람이....' 하며 소설이 시작된다. 앞의 내용은 백아와 종자기의 잘 알려진 이야기인데 종자기의 죽음 이후 연결되어 서사가 펼쳐진다. 지금으로 치면 소설 이어쓰기 같은 거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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