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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타파

사는 게 심심할 때 죽음을 씹는다.

by 뿔란 2021. 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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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니 뭐니 해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 가장 흥미로운 것은 이야기이다. 

어떤 인물이 나와서 어떤 어떤 일을 했는데, 겪었는데, 그랬는데, 어떻게 되었다. 뭐, 그런 거.

사람과 삶의 이야기.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그 중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는 죽음에 대한 이야기인데, 알다시피 죽음이란 것이 삶의 결론이자 결말, 결과이기 때문이다. 어떤 이야기이든 결말이 가장 중요한 법.

 

게다가 우리는 죽음에 대해서라면 가슴 콩닥거리며 기대할 수 밖에 없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마지막 기회이다.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 

 

다들 웬만하면 편안하고 짧은 죽음을 원한다. 그래. 영화에서도 마지막을 질질 끌며 이어가면 짜증나기 마련이다. 요새 대세 여돌 블랙핑크의 뮤직비디오를 몇 개 보았는데 걔네 노래는 쿵짝쿵짝 신나가다 갑자기 뚝 끝나버린다. 이런 끝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끝나요, 끝나요 하다가 아직 안 끝났니? 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비교할 수 없이 좋다. 험하게 죽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를 보면 어찌나 다들 험하게 죽던지.... 뉴스도 마찬가지다. 쉽게 쉽게 몸이 부서지거나 스스로 생명을 끊는다. 주변에서는 배가 아파 병원에 갔는데 응급실에서 링거 맞다 죽은 사람이라든지, 응급실에서 링거 맞다 바로 중환자실로 가서 얼마간 있다 죽었다든지 하는 이야기도 왕왕 들려온다. 걸어 들어간 곳에서 관에 실려 나온다는 거다.

 

그.. 아마 법구경일까? 아무튼 석가모니 생전의 일을 기록한 경에서 인상적인 죽음이 있다. 하나는 석가모니의 십대 제자 중 한 명인 목련의 이야기다. 그는 먹고 살만한 집안에서 자랐고 비록 어머니가 좀... 문제가 많은 분이긴 했지만 머리도 좋고 도 닦는 것도 잘 되어서 깨달음을 얻고 존경받는 비구가 되었으나....  결말은 돌에 맞아 죽었다. 여러 사람이 돌을 던져 죽은 자리가 곧 돌무덤이 되었다고 한다.

 

또 하나 기억에 남는 죽음은, 아니 이건 죽음들이다. 어느 젊은이가 웬 사이비한테라도 걸렸던지... 깨달음을 얻으려면 성문 앞에서 100명을 죽여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그 말을 철썩같이 믿었고, 성문 앞에서 지나가는 사람을 죽이기 시작했다. 그는 99명을 죽였고, 100번째 행인이 석가모니였다. 당대 최고 말빨이었던 석가모니는 그를 쉽게 설득했고, 그는 석가모니의 제자가 되어 바른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나는 가끔 목련에게 돌을 던진 무리와 남의 깨달음을 위해 희생된 99명을 생각한다. 내가 그 중 어느 한 명이라고 생각하면 돌을 던진 무거움을 짊어지고 이곳에 남기보다는 삶 이후의 세계로 가볍게 이동하는 게 더 나은 것 같긴 한데..... 하지만 험하게 죽는 것은 우리의 바람과는 반대의 것이기도 하고..... 

 

요즘 같은 세상에 나이 팔십도 먹기 전에 죽음을 생각한다는 건 성급한 일이긴 하다. 그래도 삶에 재미가 떨어질 때는 죽음을 생각한다. 죽음을 생각하는 순간 여러 재미가 살아난다. 산다는 건 좋은 일인 것이다. 죽는 것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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