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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타파

달콤한 브런치

by 뿔란 2021.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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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맛있겠는데!

 

 적당히 낡은 나무 테이블 바깥으로는 파릇한 잡초들과 작은 나무 줄기 (저런 타입의 나무를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나는 Green Thumb 과는 정반대의 유형이라... ㅜㅜ) 가 보인다. 하얀 나무 울타리는 갓 걸음마를 하는 아기용으로 보인다.

 테이블 위를 보면 거품이 두텁게 쌓인 차가운 음료 (검은 색 막대는 빨대로 보이므로), 대망의 접시 위엔 후추를 듬뿍 뿌린 스크램블 에그, 오이, 사과, 바나나, 양상추에 아마 발사믹 드레싱을 뿌린 듯? 베이컨에 소박하게 올라가 있고, 후렌치 토스트를 길게 잘라 꿀이나 시럽을 뿌린 것으로 보인다.

 당연히 위의 사진은 무료 이미지 사이트에서 업어온 것이다. 

 

 이제 나의 현실 브런치 사진을 공개한다. ㅎㅎ

비교는 언제나 현실적이다. 비교는 모두의 심장을 뛰게 한다. 그러므로 비교질을 하는 것이다.

 

나의 현실 겨울철 브런치! 하핫

 

테이블은 11번가에서 구매한 작은 밥상인데, 상품명이 '고래의 꿈'이었다. 잘 보면 주황색 빗살무늬 고래가 짐박스를 쌓아 올려 지고 녹색 끈으로 고정해 놓은 것이 보인다. 어딘가로 떠나는 모양인데, 당최 어디로 가는 것인가. 

 

 나는 아주 오랫동안 떠나고 싶었고, 내가 쓰는 모든 글은 다 떠난다는 결론이었다. 

 혼자 가슴 두근거리며 주인공이 떠나는 결말을 썼는데, 진짜 주제가 그냥 떠난다는 거였다.

 딱히 목적지가 있는 건 아니었고, 떠나야 할 어떤 이유나 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까... 도대체 왜? 어디로? 무엇을 위해? 가 없었다.

 

 내가 떠나야 할 이유는 없었고, 내가 떠나보내는 것으로 충분했다는 것을 깨달은 건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는지 말하면 늙어 보인다.)

 

말하자면 나는, 집이 더러우니 이사를 가겠다고 결심한 뒤, 그 모든 쓰레기를 이삿짐 트럭에 싣고 이사를 가는, 그런 모양이었다. 

결국 일체는 유심조였고, 내가 마음에 걸머진 짐이 쓰레기였고, 문제였다.

 

다시 내 소중한 브런치로 돌아가 보자. 

호빵은 역시 단짠으로, 야채 호빵을 먼저 먹은 뒤 후식으로 단팥 호빵을 먹어야 한다.

렌지에 돌리는 대신 제대로 찜기에 쪘는데, 작은 냄비를 사용한 탓에 냄비 벽에 닿은 부분이 검게 탔다.

냄비를 올려놓고 청소기를 돌린터라, 사진을 찍을 때 즈음엔 바로 슥슥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식어 있었다. 

 

왼쪽 음료의 정체는 사실 이런 것이다.

 

꿀이 다 닳아가는 판이라 새로 주문했다.

 

이 세 가지 재료를 넣고 꿀에는 금속 숟가락을 쓰지 말라는 모두의 조언에 따라, 31 숟가락을 사용했다.

 

브런치는 자고로 핸드폰과 함께 해야 하는 것인데, 도무지 무슨 영상을 보며 먹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일상은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에 쌓이고 쌓인다는 것인데, 그 무의식이 도무지 어디 있는지 참 신비로운 세상인 것이다.

 

언젠가 좀 더 의욕이 넘치는 사람이 된다면, 좀 더 의욕이 넘치는 브런치를 차려 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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