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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물, 기타 문학 관련 이야기

소부, 허유, 단짝이었나?

by 뿔란 2020.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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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부와 허유에 대한 이야기는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는 백이&숙제 커플(?)과 소부&허유 커플(?)이 종종 헛갈려서.... 

말하다보면, 고사리 뜯어먹다 굶어 죽었대! 아니, 잠깐, 고사리는 백이숙제인가? 

하며 갸우뚱대기 일수입니다. 

 

하여 소부와 허유에 대해 한 번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서양과 동양의 세계관은 다른 것이 물론 당연하겠지만, 

특히나 역사를 보는 눈에 있어

서양은 진보적입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발전했고, 오늘 이전의 모든 과거는 오늘보다 미개하며, 

자신들의 과거 모습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미개한 자들입니다. 

반면 동양은 복고적이랄까요, 과거의 순정한 것을 한없이 그리워합니다.

 

덕분에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 요순시대라는 말을 어째서인지 어디선가 익히 들어보게 된 것입니다. 

요순시대는 요임금과 순임금이 다스리던 시대라는 말입니다. 

중국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하 - 은 - 주 - ... 하며 나라가 이어지는데요, 

요순시대는 그 이전, 즉 하나라 이전입니다. 

따라서 과연 실재하는가? 요임금이 실존 인물? 뭐, 이런 의문도 있지만, 아무튼! 

 

요임금 (퍼블릭도메인)

 

요임금이 80대 중반이 넘어가며 슬슬 은퇴를 생각하게 됩니다. 

요임금에게도 아들은 있었는데, 왕의 재목은 아니라고 판단하여, 

왕이 될 자를 찾다가 허유라는 훌륭한 사람이 있다고 하여 찾아갑니다. 

허유가 맘에 든 요임금은 왕이 되라고 권유하지만,

허유는 매몰차게 거절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또 요임금 같은 사람들이 자신을 귀찮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기산'이라는 산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요임금은 한 번 거절당했으나 굴하지 않고 기산으로 허유를 찾아갑니다. 

이번엔 왕 자리보다는 작은 자리인 9주의 장이 되어달라 청합니다.

물론 은사(숨어사는 선비)로 명성이 자자한 허유가 넘어갈 리 없었습니다. 

 

두 번이나 매몰차게 거절을 하고도 기분이 풀리지 않았던 허유는, 

기산에 있는 영수(영천)이라는 냇가에서 귀를 씻었습니다. 

 

그때, 자신이 키우는 소에게 물을 먹이려 냇가에 오던 소부가 허유를 발견했습니다.

 

"어이, 거기서 뭐해?"

 

허유는 기산의 이웃이자 그 역시 은사인 소부에게 구구절절 사연을 털어놓았습니다.

 

"... 아, 왕이니, 9주의 장이니, 아 그런 더러운 말을 이 귀로 들었단 말야. 그래서 귀를 빡빡 씻는 거야."

 

소부는 버럭 화를 냈습니다. 

 

"야, 애초에 네가 은사랍시고 얼마나 잘난 척을 했으면 요임금이 여기까지 찾아왔겠냐? 처신 좀 잘 할 수 없겠니?"

 

허유에게 질책을 쏟아붓고 소부는 소를 끌고 더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어디 가?"

 

허유의 물음에 소부가 답했습니다.

 

"그 더러운 말을 들은 귀 씻은 물을 내 소에게 먹일 수는 없잖아. 안그래? 저 위에 올라가 깨끗한 물 먹일 거다!"

 

소부와 허유의 이야기는 고전작품에서 흔히 사용됩니다. 일종의 밈(meme)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런 경우,

소부, 허유는 지조있는 은사의 대명사로, 

기산영수는 아름다운 자연의 대명사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허유세이도 (국립고궁박물관)

 

위 그림은 '허유세이도', 우리말로 보자면 '허유가 귀 씻는 그림'입니다.

소를 탄 이가 소부고 오른쪽에 귀를 만지작거리는 이가 허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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