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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옛날 사람이다.
노는 날 하루 종일 논다.
산나물을 캘 것도 아닌데 산을 왜 가고
사야 할 것도 누군가에게 받아오거나 전달할 것도 없는데
어슬렁 어슬렁 동네는 왜 돌아다니나.
아니 이것은 옛날 사람이라는 말로 해결될 것은 아니다.
바깥에 나가면 일단 무언가 사서 돌아와야 하는 병이다.
고양이를 키우는 것도 아니다.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나갔다가 빈손으로 돌아오는 내가
사냥에 실패한 것이라 여겨
안쓰럽게 여길 고양이를 생각해
작은 것 하나라도 들고 들어가야 할 수 있다.
그러나 나는 나 말고는 무엇도 키우지 않는다.
굳이 키운다면 우리집의 엔트로피 에너지 정도?
그런데 이렇게 결말이 나지 않는 이야기는
그저 묵혀두는 것이 약이다.
오래 묵혀두면,
어느 날, 어느 뜬금없는 장면에서
아, 그래서인가, 깨달음이 올 수있다.
그 깨달음의 장면에서 내가
무언가를 먹고 있을 수 있고
대개는 혼자 있을 수 있다.
아무튼,
모든 상황을 무로 돌릴 수 있는 신비의 단어,
아무튼을 활용하여 말하자면,
나는 자꾸 하루 종일 졸렸고
하루 종일 집에 있었는데
이런 말도 안되는 말을 늘어놓는 사이
잠이 좀 깼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니,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긴 해야 할 것만 같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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