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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인물, 기타 문학 관련 이야기

탁문군과 사마상여의 사랑이야기, 봉구황, 백두음

by 뿔란 2021.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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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일종의 러브스토리이며, 때이른 혁명적 자유연애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나라 조선시대 소설에서도 자유연애는 많이 나온다. 궁녀의 연애라는 금기의 영역을 다룬 소설도 있을 정도이니 말이다. 현실에서는 어땠을까? 

 

 이 자유연애 스토리는 무려 사마천의 <사기(史記)>에 나온다. 이 이야기의 남주인 사마상여가 <사기>의 '열전'에 나오는 것이다. 무려 '사마상여열전(司馬相如列傳)!

 어린 시절 부모가 견자(犬子, 그러니까... 개자식)라고 불렀던 사마상여(기원전 179~기원전 117년)는 전한의 유명한 문학가인데, 물론 처음부터 저명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글을 무척 잘 썼으나 당시의 황제였던 경제는 글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견자, 아니, 개... 아니, 사마상여는 출세길이 보이지 않는 관직을 버리고 떠났다. 양나라 효왕네 집에 문객으로 머물렀으나 양 효왕이 죽자 다시 떠나, ..... 사마상여는 도대체 언제쯤 출세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게다가 집안도 어린 시절엔 부유했으나 가세가 기울었는데,.... 아무튼 친하게 지내던 임공현 현령이 손을 내밀어 그에게로 가서 머무는 사마상여...  

 

 

임공현은 부자 동네였는데, 그 중 또 대단한 부자가 탁왕손이었다. 탁왕손은 글 잘 쓴다 이름난 사마상여도 볼 겸 크게 잔치를 열었다. 사마상여는 현령네 집에서도 아주 높은 사람인 척 도도하게 굴고 있었는데, 이 잔치에도 역시 쉽게 나타나지 않고, 현령이 직접 자신을 모시러 오고서야 함께 잔치에 나타났다. 잔치에 모인 사람들은 사마상여의 빼어난 외모에 탄복했고, 워낙에 소문난 그의 거문고 솜씨도 보고 싶어 했다..... 

 

그렇다. 사실 탁왕손에게는 벌써 과부가 된 17세의 딸이 있었는데, 그 미모가 뛰어나다고 소문이 자자했다. 그녀가 음악을 좋아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사마상여는, 부푼 기대를 안고 거문고를 연주하며 노래를 했다. 

노래의 제목은 봉구황(鳳求凰). 봉새가 황새가 구한다는 노래다.

 

여러분은 '봉황'이라는 새를 아는가? 사실 봉황은 수컷인 '봉'새와 암컷인 '황'새를 합한 말이다. 

 

창덕궁 천정의 봉황 _ 사진, 표영관

 사마상여는 봉새인 자신이 황새를 구한다며 부잣집 딸 탁문군을 꼬시는 노래를 부른 것이다.

 

 잔치가 끝나고 사마상여는 그집 여종에게 돈을 주고 탁문군에게 자신의 마음을 전해주길 부탁했다. 

그날 밤 탁문군은 사마상여를 만나고, 그길로 사마상여의 고향집으로 야반도주를 해버렸으니....  아무리 과부래도 탁문군의 집처럼 권세있는 집에서 사마상여를 사위로 받아줄 리는 없었던 것이다. 

 

부잣집 딸 탁문군이 가보니,  사마상여의 집은 몹시 가난했는데....

 

탁문군은 사마상여를 설득하여 임공현으로 함께 돌아왔다. 가진 재산을 다 정리해 술집 한 채를 사서, 탁문군은 술을 팔고 사마상여는 길바닥에서 술잔을 닦았다.

 

중국에 있는 탁문군의 이름을 딴 '문군공원'안에 있는 '문군정'. 탁문군이 술 장사할 때 물을 길어 쓴 우물이라고 한다.

 

그쯤 되자, 딸에게 분노해 돈 한 푼 주지 않으려던 탁왕손이 두손두발을 다 들 수밖에 없었다. 동네 창피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탁왕손은 탁문군과 사마상여를 만나주지는 않았지만 재산은 나눠 주었다. 그 돈으로 탁문군은 성도로 가 집과 땅을 사고 부자로 살았다. 

 

그 뒤로 시간이 더 흘러, 한나라의 경제가 죽고 무제가 황위에 올랐다. 경제와 달리 무제는 글을 사랑하였는데, 사마상여가 쓴 '자허부'를 읽고는 몹시 감동했다. 그렇게 해서 사마상여는 드디어 오랫동안 꿈꾸던 출세가도를 달리게 되었다. 

 

남자가 성공하면 무엇이 가장 문제이던가. 조강지처, 허름한 음식을 먹으며 함께 고생하던 아내를 업수이 여기고 바람을 피는 경우가... 예나 지금이나.... 흠흠. 게다가 옛날이니 일부일처일 필요도 없고.... 아무튼 우리 잘 생긴 사마상여도 첩을 두려고 했는데, 열받은 탁문군이 '백두음(白頭吟)'이라는 시를 써서 남편에게 보냈다. 그 시를 읽은 남편 사마상여는..... 무려 반성을 했다고 한다. 

 

 

중국 사람들은 이 탁문군과 사마상여의 이야기를 몹시 사랑하는 모양이다. 중국 사람들이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건가? 이 이야기는 '봉구황'이라는 제목으로 중국에서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는데 탁문군 역으로 우리나라 배우 박시연씨가 나왔다고 한다.

중국드라마 '봉구황', 박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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