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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짱 도루묵'의 뜻, 선조와 도루묵

by 뿔란 2021.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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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 어필 탁본_고궁박물관

임진왜란을 겪은 임금, 이순신을 질투하여 이순신 장군이 전사한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는 세간의 민심을 만들어 낸 문제의 임금, 그가 바로 선조이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그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가 탁월한 명필이었다는 점과 그에 얽힌 이런저런 말들로 보건대 그는 그저 성격 나쁜 예술가였지 싶기도 하다. 

 

정철의 가사를 포스팅하려다 문득 그 작품들의 대상이 되는 '님'이신 선조에 대해 쓰고 싶었는데, 여기서는 도루묵에 대한 이야기만 하려고 한다. 

 

어릴 때 도루묵을 먹어 본 적이 있다. 우리때만 해도 도루묵은 꽤 귀해졌는데 일본으로 도루묵 알을 싸그리 수출하느라 그리되었다고 들었다. 어른들은 늘 원래 도루묵은 엄청 흔하고 싼 생선이었다고 했다. 아무튼 수출 역군이 되셔서 나때는 귀한 몸이셨던 도루묵은 맛있었다. 담백하고 잘 부서지는 육질도 재미있고 좋았다. 구워도 지져도 조려도 다 맛있었다.

 

임진왜란 당시에도 도루묵은 흔하디 흔한 서민들의 생선이었다고 한다. 그리고 워낙 옛날분들은 좀 기름진 남의 살을 좋아하셨으니 담백하기 짝이 없는 도루묵은 고급으로 여겨지지 않았으리라. 선조네 엄마가 중전마마는 아니셨지만 그래도 선조 역시 왕자이기는 하였으니 도루묵같은 서민들의 생선은 먹어볼 일이 없었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일어났고, 이럴 때면 무척 부지런해지는 선조는 속히 피란길에 올랐다. 왜구는 빠르게 침략해왔고 피란길은 아무튼 고생스러웠고, 수라상을 차리는 궁인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알밴 도루묵을 구우면 완전 맛있지

그래, 하루는 도루묵을 수라상에 올렸다. 그때 도루묵의 이름은 '묵(목)', '목어(目魚)'였다. 피란길이라 그랬는지 선조는 묵을 매우 맛있게 자셨다. 그 맛에 감동하여 물었다. 

"이것의 이름이 무엇이냐?"

주위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묵이라 합니다."

선조는 이리 맛있고 예쁜 생선에게 그런 이름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그 생선에게 이름을 하사하셨다.

"앞으로는 은어(銀魚)라고 하여라."

 

도루묵이 성은이 망극하다고 머리를 조아렸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여차저차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름 평화롭던 어느 날, 선조는 예전에 먹었던 은어맛이 생각나 은어를 올리라고 명령하였다. 그러나 어찌 된 일인지 예전과 같은 맛이 나지 않고 맛이 그저 밋밋할 뿐이었다. 선조는 화가 나서 말했다.

 

"에잇, 도로 묵이라고 해라!"

그리하여 도루묵은 도루묵(환목어,還木魚)이 되었다고 한다. 

 

한 나라의 왕에 얽힌 이야기치고는 참... 뭐랄까.... 선조가 왕이었다는 게 슬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겠다. 

 

'말짱 도루묵'이라는 흔히 쓰는 관용어구는 이 이야기에 기반한 것으로, 그동안의 노력이 다 헛일이 되었다는 뜻이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 강연 중에 선조 관련된 재미있는 꼭지가 있어 소개한다. 표정부터 꿀잼 ㅎㅎㅎ

www.youtube.com/watch?v=0DiHFzro9T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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