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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 전문26

채만식, 민족의 죄인 民族[민족]의 罪人[죄인] 1 그동안까지는 단순히 나는 하여커나 죄인이거니 하여 면목 없는 마음, 반성하는 마음이 골똘할 뿐이더니 그날 김(金)군의 P사에서 비로소 그 일을 당하고 나서부터는 일종의 자포적인 울분과 그리고 이 구차스런 내 몸뚱이를 도무지 어떻게 주체할 바를 모르겠는 불쾌감이 전면적으로 생각을 덮었다. 그러면서 보름 동안을 머리 싸고 누워 병 아닌 병을 앓았다. 2 항용 문필하는 사람의 마음 한가로움이라고 할까 누그러진 행습이라고 할까, 가까운 친구가 간여하고 있는 잡지사고 출판사고 하면 일이야 있으나마나 달리 소간이 긴급한 때 외에는 그 앞을 그대로 지나치지는 않게 되고 들어가 앉아서는 신문 잡지도 뒤척이고 많이 잡담하고 조금 문담(文談)하고 방담도 싫도록은 하고 하기에 세월을 잊고. 하.. 2021. 7. 4.
채만식, 이상한 선생님 / 전문 이상한 선생님 1 우리 박선생님은 참 이상한 선생님이었다. 박선생님은 생긴 것부터가 무척 이상하게 생긴 선생님이었다. 키가 한 뼘밖에 안 되는 박선생님이라서, 뼘생 또는 뼘박이라는 별명이 있는 것처럼, 박선생님의 키는, 키 작은 사람 가운데서도 유난히 작은 키였다. 일본 정치 때, 혈서로 지원병을 지원했다 체격검사에 키가 제 척수에 차지 못해 낙방이 되었다면, 그래서 땅을 치고 울었다면, 얼마나 작은 키인 것은 알 일이다. 그런 작은 키에, 몸집은 그저 한 줌만 하고. 이 한 줌만한 몸집의, 한 뼘만한 키 위에 가서, 그런데, 이건 깜짝놀랄 만 큼 큰 머리통이, 보매 위태위태하게 올라앉아 있다. 그래서 박선생님의 또 하나의 변명을 대갈장군이라고도 하였다. 머리통이 그렇게 큰 박선생님의 얼굴은 어떻게 생겼.. 2021. 7. 4.
강경애, 마약 마약(痲藥) “나는 등록 하였수!” 보득 아버지는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무슨 딴 수작야 계집을 죽인 놈이. 가자 너 같은 놈은 법이 용서를 못 해.” 순사는 달려들어 보득 아버지의 멱살을 쥐어 내몰았다. “네? 계집을 계집을……” 보득 아버지는 정신이 버쩍 들어 순사를 쳐다보았으나, 나는 듯이 달려드는 매손에 머리를 푹 숙여 버렸다. 불을 움켜 쥔 그는 기막히게 순사의 입술을 바라볼 때, 불이 붙는 듯 우는 보득이가 눈에 콱 부딪친다. “엄마 엄마.” 어디선가 아내가 꼭 뛰어들 듯한 저 음성, 널쩍한 미간 좌우에 근심에 젖은 꺼무스름한 아내의 눈이 툭 튀어 오른다. 여보, 보득일 울지 않게 허우. 가슴에서 울컥 내달리는 말, 돌아보니 아내는 없고 풀어진 고름끈을 밟고 쓰러질 듯이 서서 우는 저 어린것.. 2021. 7. 3.
채만식, 소설 안 쓰는 변명 小說[소설] 안 쓰는 辯明[변명] 1 K군. 잊지 아니하고 소식 전해주니 고맙소. 이것은 아무나 편지 서두(書頭)에 체면과 습관으로 인사삼아 쓰는 항투의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아슴찮아서 하는 치하요. 내가 왜 이런 새삼스런 소리를 할까마는, 그런 것이 아니라 얼마 전 내가 퍽 정다와하는 친구 한두 사람을 잃어버렸는데 거기에 생각하기조차 몹시 불괘한 여운이 아예 스러지지 아니하는 때문이오. 도덕군자나 또는 장자(長者)들이 설교하는 그러한 숭고(?)한 교우지명(交友之銘) 같은 것은 나는 모르오. 나는 다만 이렇게 생각하오. 벗의 단처(短處)를 알되 허물하지 아니하고 다직해서 일종의 애교를 보게 되어야 하고, 그 장처(長處)는 공리적(功利的)으로 이용하려 아니하고 일종의 심미적 만족감으로써 대하는 그러한 지경.. 2021. 7.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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