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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5.03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_ 전문, 해설 <1>
춘운이 시비 등을 불러 말하였다.
“이전에 거문고를 타던 여관이 아름답다 하더니 양한림과 어떠하더냐?”
다 이르되,
“그 여관의 얼굴과 아주 같습니다.”
춘운이 들어가 소저의 눈이 밝은 줄을 말하였다.
⁎ 시비(侍婢) : 곁에서 시중을 드는 여자종.
'시비 등'으로 '등'을 붙였으니 2인 이상의 시비일 것이다.
⁎ 춘운은 시비들에게 양소유가 예전에 온 여도사임을 확인하고, 정경패에게 가서 정경패의 생각이 옳았음을 알려주었다. -- 이 말을 '춘운이 들어가 소저의 눈이 밝은 줄을 말하였다' 라고 함....
사도가 한림에게 말하였다.
“나는 팔자가 기구하여 아들이 없고 다만 딸자식이 있으되 혼처를 정하지 못하였으니 한림이 내 사위가 됨이 어떠한가?”
한림이 일어나 절하고 말하였다.
“소자가 경성에 들어와 소저의 요조(窈窕)한 얼굴과 그윽한 재주와 덕행은 일찍이 들었지만 문벌이 하늘과 땅 사이처럼 다르고 인품이 봉황과 오작 같사오니 어찌 바라겠습니까마는 버리지 아니하시면 하늘 같은 은덕으로 여기겠습니다.”
사도가 크게 기뻐하여 술과 안주로 대접하였다.
⁎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정경패는 무남독녀 외동딸임을 밝히며 정사도는 스스로 '팔자가 기구'라다고 말한다.
⁎ 요조하다 -- 여자의 행동이 얌전하고 정숙하다.
⁎ '문벌이 하늘과 땅' -- 정경패네 집안은 하늘, 양소유네 집안은 땅. 이런 권력 중심의 사회 같으니. 우리 아빠는 사실 신선이거든요! 라고 말을 해!! 왜 말을 못하니!!! 아빠가 신선인데!!!!
⁎ 봉황... 전설의 새 봉과 황 커플... 오작은 까마귀와 까치. 정경패 인품 봉황, 양소유 인품 까마귀와 까치.
한참 후에 부인이 소저를 불러 말하였다.
“새로 장원으로 뽑힌 양한림은 만인이 칭찬하는 바이다. 네 부친이 이미 혼인을 허락하셨으니 우리 부처는 몸을 의탁할 곳을 얻었구나. 무슨 근심이 있겠느냐.”
소저가 말하였다.
“시비의 말을 들으니 양한림이 전에 거문고를 타던 여인과 같다 하던데 그러합니까?”
부인이 말하였다.
“그래, 내가 그 여관을 사랑하여 다시 보고자 하였지만 자연 일이 많아 못하였는데, 오늘 양한림을 보니 그 여관을 다시 본 듯하여 즐거운 마음을 어찌 금하겠느냐.”
“양한림이 비록 아름다우나 소저에게 혐의가 있사오니 더불어 혼인함이 마땅치 아니합니다.”
부인이 크게 놀라 말하였다.
“너는 재상가 규중의 처녀요, 양한림은 회남 땅 사람이니 무슨 혐의가 있겠느냐?”
소저가 말하였다.
“소녀가 말씀 드리기 부끄러워 모친께 아뢰지 못하였지만 오늘 양한림은 이전에 거문고를 타던 여관입니다. 간사한 사람의 꾀에 빠져 종일 말을 주고 받았으니 어찌 혐의가 없겠습니까?”
⁎ '우리 부처가 몸을 의탁할 곳을 얻었구나' == 우리 부부가 사위에게 의지하고 살아야겠다.
⁎ 우리 정경패 언니는 너무 유교걸이신 듯. 속아서 말 좀 주고 받았다고 혐의가 있다는 둥....
부인이 미처 대답하지 못하여, 사도가 한림을 보내고 바삐 들어와 소저를 불러 말하였다.
“경패야, 오늘날 용을 타고 하늘에 올라가는 경사를 보았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하겠느냐.”
부인이 소저가 혐의하는 말을 아뢰자, 사도가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
“양랑은 진실로 만고의 풍류 남자로다. 옛적 왕유(王維)도 악공(樂工)이 되어 태평공주(太平公主)의 집에 들어가 비파(琵琶)를 타고 돌아와 장원급제함에 만고에 칭찬이 오래 전하였는데, 이제 한림이 또 기이한 일이로다. 또 너는 여관을 보고 한림을 보지 아니하였으니 무슨 혐의가 있겠느냐?”
⁎ 양소유가 마음에 쏙 든 정사도, 용을 타고 하늘에 오르는 기쁜 일을 보았다고 난리다. 이는 출세길에 올랐다는 뜻으로 등용(용이 오르다), 등용문의 의미를 활용한 것이다.
⁎ 왕유 (699-752) :
앞에서도 한 번 나온 양반이다. 성당 시대의 시인, 정치가로 호는 마힐이다. 불교에 심취하여 유마힐 거사의 이름을 따와 호로 삼았다. 두보가 시성(詩聖), 이백이 시선(詩仙), 왕유가 시불(詩佛)로 불린다. 시의 부처...
왕유와 태평공주 이야기는 《집이기(集異記)》라는 책에 나온다. 장안(당시 당나라 수도)의 부시(府試)(과거 예비시험)에서 장구령(張九齢)의 아우 장구고(張九皐)와 겨루게 되었는데, 이미 장구고가 태평공주의 인맥을 통해 1등이 되도록 약속이 되었음을 알았다. 이에 왕유가 평소 자주 만나던 기왕(岐王) 범(範)에게 하소연을 했다. 기왕은 왕유를 자신의 악인(樂人)으로 변장을 하고서 공주(公主)의 처소에 가게 했다. 워낙 시, 그림, 음악에 뛰어났고 말주변도 좋았던 왕유. 태평공주는 왕유에게 반해 장구고 대신 왕유가 장원이 되도록 해주었다.
소저가 말하였다.
“소저가 욕먹기는 부끄럽지 아니하오나, 제가 어질지 못하여 남에게 속은 것이 한이 됩니다.”
사도가 웃으며 말하였다.
“그것은 늙은 아비가 알 바가 아니다. 훗날 양한림에게 물어보아라.”
사도가 부인에게 말하였다.
“올 가을에 한림의 대부인을 모셔온 후 혼례는 행하겠지만 납채(納采)는 먼저 받을 것이오. 즉시 택일(擇日)하여 납채를 받고 한림을 데려와 화원 별당(別堂)에 두고 사위의 예로 대접할 것이오.”
⁎ 납채 : 전통 혼례에서, 중매인을 통해 혼인 의사를 알아본 뒤, 신랑측 혼주가 서식에 따라 정식으로 신부 집에 청혼 편지를 내는 일. 보통, 이 때 사주단자를 보내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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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0 - [문학작품 읽고 뜯고 씹고 즐기기/김만중] - 김만중, 구운몽 <13> / 정경패와 가춘운의 결혼 준비 / 전문,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