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네 가지 개념은 뭔가 비슷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런데 왜 각각 따로 있을까요? 뭐... 다르기 때문입니다. ㅎㅎ
원 뜻이야 검색 한 번이면 다 나오기야 합니다만... 그래도 보자면
목가적 : 전원의 분위기처럼 평화롭고 고즈넉한
전원적 : 도회지에서 떨어진 시골이나 농촌의 분위기를 지닌 것
향토적 : 시골이나 지방 또는 고향땅의 분위기를 지닌 것
토속적 : 그 지방의 고유한 풍속인 것
뭐... 일단 찾아보았으나 좀 알쏭달쏭하기도 하고 명확한 듯도 하고...
하나하나 다시 봅시다.
1. 목가적
'목가'는 목동의 노래입니다. 목동이 나오려면 어때야 할까요? 높은 곳에 드넓게 펼쳐진 푸른 초원, 하얀 양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으며 거닐고 하늘은 푸르고 뭉개구름이 조금.... 뭐 이런 풍경 다들 연상되시나요?
뭔가 시골이 풍경화처럼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느낌을 줄 때 목가적이라고 합니다. 2018 수능특강에 실린 목가적인 시를 한 번 보시죠.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신석정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깊은 삼림대를 끼고 돌면
고요한 호수에 흰 물새 날고
좁은 들길에 야장미 열매 붉어
멀리 노루 새끼 마음놓고 뛰어다니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그 나라에 가실 때는 부디 잊지 마셔요
나와 같이 그 나라에 가서 비둘기를 키웁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산비탈 넌지시 타고 나려오면
양지밭에 흰 염소 한가히 풀 뜯고
길 솟는 옥수수밭에 해는 저물어 저물어
먼 바다 물소리 구슬피 들려오는
아무도 살지 않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어머니 부디 잊지 마셔요
그때 우리는 어린 양을 몰고 돌아옵시다
어머니
당신은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오월 하늘에 비둘기 멀리 날고
오늘처럼 촘촘히 비가 나리면
꿩 소리도 유난히 한가롭게 들리리다
서리 까마귀 높이 날아 산국화 더욱 곱고
노란 은행잎이 한들한들 푸른 하늘에 날리는
가을이면 어머니! 그 나라에서
양지밭 과수원에 꿀벌이 잉잉거릴 때
나와 함께 고 새빨간 능금을 또옥똑 따지 않으렵니까?
자 이 시는 누가 봐도 목가적입니다. 음.. 전원적이냐? 묻는다면 아니라고는 못할 정도입니다만, 향토적이냐? 전혀 아닙니다. 도리어 이국적입니다. 토속적이냐? 그도 아닙니다. 그 먼 나라의 풍속이 전혀 나오지 않으니까요.
2. 전원적
'전원'은 밭 '전'자에 정원 '원'자입니다. 밭과 정원이 있는 시골. 전원주택 할 때 그 전원과 같습니다만 전원주택 중에는 좀 호화로운 별장 느낌의 것도 있지만 전원적은 좀 소박한 느낌입니다. 텃밭이든 그냥 생계형 논밭이든 농사를 지으며 소박하게 평화롭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면 전원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시 한 편 보시고,
남으로 창을 내겠소
김상용
남으로
창을 내겠소
밭이 한참갈이
괭이로 파고
호미론 김을 매지요
구름이 꼬인다
갈 리 있소
새 노래는 공으로 들으랴오
강냉이가 익걸랑
함께 와 자셔도 좋소
왜 사냐건
웃지요
시골에서 욕심없이 평화롭게 살겠다는 전원적인 시입니다. 이 시가 목가적이냐? 아니라고 할 수는 없겠네요. 향토적이냐? 별로, 그렇지 않다입니다. 고향이라는 표지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토속적이냐? 그다지 토속적이진 않지만 하나 걸리는 건 '강냉이'입니다. '강냉이'는 옥수수의 사투리인데 사투리 자체가 이미 토속적이니까요..... 이래서 국어를 싫어하시나요? 이헌령 비헌령... 말을 끌어다 붙이면 이리저리 말이 되는? ㅎㅎㅎ
3. 향토적
네 향토적은 '향'이 고향을 뜻하고 흙 '토'자는 시골을 뜻하게 됩니다. '향토'라는 말 자체가 읍.면 시.군 단위까지를 뜻합니다. 그러므로 대도시가 고향이신 분들은 고향 이야기하면서 향토적인 글을 쓰실 수 없습니다! 쾅쾅쾅!!!(의사봉 소리였습니다 헷)
향토적하면 역시 이 시죠.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회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 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거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어여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그냥 아름다운 시라는 말밖에는 ㅜㅜ(감동의 눈물)
시를 읽고 아무 느낌이 없는 분들은 시를 외워 보세요. 시는 워낙 함축적이라 그냥 휙 읽으면 '뭐라는 거냐?' 이런 느낌만 들어요. 중얼중얼 외워 보시면 마음에 확 와닿는답니다.
아무튼! 향토적인 시입니다. 향토적이라면 무조건 고향이면서 시골이어야 해요. 두 가지 조건 모두 갖춰야 향토적입니다.
4. 토속적
토속적은 시골이면서 뭔가 민속적이어야 합니다. 예, 민속이니까요, 백성들의 것이어야 하고, 그러다 보니 시골스러운 느낌입니다. 고향이어도 되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전통적인 것이 다 토속적이지도 않습니다. 된장 뚝배기는 토속적이지만 임금님 수라상은 토속적이지 않습니다.
김동리님의 '을화', '무녀도' 같은 작품이 대표적인 토속적인 소설입니다. 두 작품이 같은 소재의 장편과 단편인데요, 무당인 어머니와 기독교인인 아들의 갈등을 그린 작품들입니다. 어머니 직업부터가 토속적일 수밖에 없죠 ㅎㅎ
그럼 토속적인 시도 한 번 보실래요?
여우난 골
백석
박을 삶는 집
할아버지와 손자가 오른 지붕 위에 한울빛이 진초록이다
우물의 물이 쓸 것만 같다
마을에서는 삼굿을 하는 날
건너마을서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이 왔다
노란 싸릿잎이 한불 깔린 토방에 햇츩방석을 깔고
나는 호박떡을 맛있게도 먹었다
어치라는 산새는 벌배먹어 고흡다는 골에서 돌배 먹고 알픈 배를
아이들은 얼배 먹고 나았다고 하였다
재미있는 시를 읽으셨으니 또 즐겁게 지내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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