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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비(柴扉)'는 별거 아닌 단어 같지만, 강호한정가에서는 아주 자주 등장합니다.
'시'는 '섶', 그러니까 지푸라기, 장작 등을 말하는 거고, '비'는 문짝을 뜻합니다.
지푸라기 문짝, 나뭇가지 문짝.
그러니까, 우리 양반님들이 한양에서 벼슬살 때 머무는 집이나 땅 많이 가지신 고향 본가는 대개 솟을대문의 기와집이거나, 솟을대문이 아니더라도 대문 높이만 조금 낮춘 평대문입니다.
잠깐!!!
솟을대문이 뭐라고요?
‘솟을대문’은 대문 종류 중 하나로 주변의 담장 혹은 연결된 행랑채보다 높게 지은 문이다. 문의 형태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반면 주변의 담장 혹은 행랑채와 용마루 높이를 동일하게 이어서 설치한 문은 평대문이다.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으리으리한 집을 묘사할 때 법칙처럼 등장하는 솟을대문!
부귀영화에 대한 모든 욕심을 버리고, 속세를 끊고, 은일지사 (숨어사는 선비)로 깨끗하게, 맑게, 자연을 벗삼는 삶에 저런 대문을 가진 집이 어울릴 리가 있겠냐고요....
솟을대문은 커녕 평대문도 은일지사에겐 과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면, 어째야 할까요... 강호한정을 노래하는 시가라는 시가마다 전부, 시비(사립문)이 있는 초가에서 머문다고 써놨더군요.
이 김홍도의 그림 속, 작게 그려졌지만, 머리가 깔끔한 스님이 나무를 얽어 매놓은 사립문을 두드리고 있습니다. 이런 풍류, 이런 정취, 달 떠 있는 거 보이시죠? 이런 느낌이 바로 벼슬길에 잠시 좌절한 양반님들이 추구한 은일의 삶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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