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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천3

김남천, 그림 [전문] 콩을 한 줌 물에다 불려서 그것을 흰 실에다 염주처럼 꿰었다. 덮을창에다 조 이삭 대신에 이 콩염주를 달아 놀는 것이다. 미라부리라는 주먹만한 회색 빛깔의 새를 잡기 위하여서다. 눈이 하얗게 내린 동리 뒤꼍 넓은 들판의 한가운데, 낟가리와 콩짚을 쌓은 마당의 한 옆을 헤치고 눈 속에 덮을창을 묻어 놓고, 나는 해 저무는 겨울 날 저녁녘에 뽕나무를 총총히 심어 놓은 밭 쵯둑 위, 쓸어 놓은 누런 잔디판 위에 숨을 죽이고 쭈그리고 있었다. 벌ㅆ 한 시간 남짓한 동안을 이렇거고 잇는 것 이었다. 우르륵 소리를 내어서 참새의 한 떼가 돼지 우리 뒤를 스쳐서 먹을 것을 구하여 낟가리 밑으로 날아들 때에 똑똑히 커다란 미라부리란 놈이 두세 놈 섞인 것을 보았는데 여태껏 이렇다 할 소식이 없는 것이다. 멀리 동리 쪽.. 2022. 12. 12.
김남천, 모던 문예사전 모던 문예사전 1 전형 이 말이 요즘 흔하게 쓰여질 때 그것은 대개‘성격’이란 말과‘정황’이란 말을 동반하게 된다. 전형적 성격이니 전형적 정황이니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것은 특히 소설 문학, 개중에도 장편 소설의 경우에 리얼리스트들에 의하여 많이 사용되는데, 그 까닭은 로만이 성격과 정황(환경)의 갈등과 모순과 통일을 중심으로 얼크러져 나가는 소설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와 연결하여 성히 인용되는 명제는 엥겔스라는 사람이 마가레트 허크네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피력한「발자크론」에서 인용된 것으로 거기에는 대강 이러한 구절이 들어 있다. “리얼리즘이란 디테일의 진실성 외에, 전형적인 정황에 있어서의 전형적인 성격의 정확한 표현에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명제에 의하면 창조되는 성격이나 개성은 묘.. 2021. 11. 24.
김남천, 뒷골목_평양 잡기첩 [전문] 뒷골목 - 평양 잡기첩(雜記帖) - 1. 골목 서울 거리에서 30대, 40대의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면 ‘얼마만이요’의 뒤에 가끔 ‘댁이 어디시지?’하는 물음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런 때에 대답에는 ‘애오개’니 ‘야주개’니 ‘양사골’이니 하는 말보다도 무슨 동, 무슨 정(町) 소리가 나오기기 아주 쉬웁다. 나도 서울살이 3년이 지나 4년으로 접어들건만 낡은 동리 이름으로 주소를 들어 본 적은 극히 드물다. 사실 ‘애오개’니 ‘감영 앞’이니 하는 말을 내가 배운 것은 정거 차장한테서였다. 30대, 40대의 사람에서 이러하니 20대의 청년의 입에서는 무슨 동, 그것도 최근에는 무슨 ‘정(町)’이란 말밖에는 들을 길이 없다. 중류 이상의 가정 안에 그렇게 많이 남아 있는 낡은 전통과 풍습이 이 동명(洞名)의 호.. 2021.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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