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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문과 해설/고전산문

굴원, '어부사'

by 뿔란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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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원의 초상화 / Chen Hongshou/public domain

 

중국 전국 시대, 초나라에 굴원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왕똑똑이였고, 충신이었던 그는

권력을 노리는 이들의 모함을 받아 억울하게 유배를 가게 됩니다. 

 

굴원의 말을 듣지 않고 유배를 보냈던 왕은

결국 굴원을 모함한 자들의 말을 듣다 적국에 의해 죽게 되고

다시 조정으로 돌아온 굴원은

또다시 모함을 받아 유배를 가게 됩니다.

 

멱라수라는 강 앞에서 초췌한 모습으로 서있는 유배객 굴원을 보고 

은자인 어부가 말을 건넵니다. 

 

그 어부와 굴원이 주고 받은 대화 내용이 '어부사'라는 작품입니다.

 

이 작품을 굴원이 썼다고도 하고, 후세 사람이 썼다고도 하는데요, 

중국의 단오는 이 굴원을 추모하는 명절이라고 할만큼, 

중국인에게 몹시 사랑받는 인물이 굴원입니다.

 

굴원이 실존인물인지도 논란의 대상입니다.

사마천의 <사기>에는 굴원열전이 있습니다만,

다른 역사책에는 굴원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가 실존인물이든 아니든, 오랫동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어떤 것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조세걸_어주재월_공유마당

 

굴원이 이미 쫓겨나

강과 연못을 배회하고

못가를 거닐면서 詩(시)를 읊조릴 때,
안색이 초췌하고 몸이 수척해 있었다.

 

漁父(어부)가 보고 물어 말했다.

 

"당신은 三閭大夫(삼려대부_높은 관직명의 하나)가 아니십니까? 어떤 까닭으로 여기까지 오셨소?"

 

 

굴원이 대답했다.

 

"온 세상이 혼탁한데 나만 홀로 깨끗하고
뭇사람들이 취했는데 나만 홀로 깨어 있으니,
그래서 추방을 당했소이다."

 


어부(漁父)가 이에 말했다.

 

"聖人(성인)은 사물에 얽매이거나 막히지 않고 능히 세상을 따라 옮기어 나가니
세상 사람들이 모두 혼탁하면 왜 그 진흙을 휘젖고 흙탕물을 일으키지 않으며
사람들이 모두 취해있으면 왜 그 술 지게미를 먹고 薄酒(박주)를 마시지 않으시오.
무슨 까닭으로 깊은 생각과 고상한 행동으로 스스로 추방을 당하셨소?"

 

 

굴원이 이에 대답하였다.

 

"내 듣기로, 막 머리를 감은 자는 반드시 冠(관)을 털어 쓰고
막 목욕을 한 자는 반드시 옷을 털어 입는다 하였소이다.
어찌 몸의 반질반질한 곳에 外物(외물)의 얼룩덜룩한 것을 받겠소?
차라리 湘江(상강)에 뛰어들어 강 물고기의 배속에서 葬事(장사)를 지낼지언정
어찌 희디흰 純白(순백)으로 世俗(세속)의 먼지를 뒤집어 쓴단 말이오?"

 


漁父(어부)는 빙그레 웃고 배의 노를 두드려 떠나가며 이에 노래를 불렀다.

 

"滄浪(창랑)의 물 맑으면 내 갓 끈을 씻으리요,

滄浪(창랑)의 물 흐리면 내 발을 씻으리오."


그는 마침내 떠나가고 굴원은 다시 그와 더불어 말하지 못하였다.

 

굴원의 넋을 기리는 사당, 굴자사

 

굴원은 어부와 이야기를 나눈 뒤, 결국 멱락수에 몸을 던졌다고 합니다.

 

굴원의 말과 어부의 말, 여러분은 어느 쪽에 더 공감하시나요?

 

 

더 자세하게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로!

 

https://youtube.com/watch?v=0P-GFIWDIg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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