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즐기는 자가 승자다 * 문학, 수능국어, 상식, * 고등국어, 수능국어 학습 및 과외 문의 freeerror@hanmail.net 카톡 smila4
  • 재미 없어도 재미 있고 싶다!
  • 불안한 만큼 흥미로운
반응형

전체 글208

시비(柴扉) / 사립문 / 자꾸 여닫고, 그 앞을 쓴다는 둥.... '시비(柴扉)'는 별거 아닌 단어 같지만, 강호한정가에서는 아주 자주 등장합니다. '시'는 '섶', 그러니까 지푸라기, 장작 등을 말하는 거고, '비'는 문짝을 뜻합니다. 지푸라기 문짝, 나뭇가지 문짝. 그러니까, 우리 양반님들이 한양에서 벼슬살 때 머무는 집이나 땅 많이 가지신 고향 본가는 대개 솟을대문의 기와집이거나, 솟을대문이 아니더라도 대문 높이만 조금 낮춘 평대문입니다. 잠깐!!! 솟을대문이 뭐라고요? ‘솟을대문’은 대문 종류 중 하나로 주변의 담장 혹은 연결된 행랑채보다 높게 지은 문이다. 문의 형태에서 비롯된 명칭이다. 반면 주변의 담장 혹은 행랑채와 용마루 높이를 동일하게 이어서 설치한 문은 평대문이다. --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으리으리한 집을 묘사할 때 법칙처럼 등장하는 솟을대문! 부귀영화.. 2021. 7. 12.
김남천, 뒷골목_평양 잡기첩 [전문] 뒷골목 - 평양 잡기첩(雜記帖) - 1. 골목 서울 거리에서 30대, 40대의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면 ‘얼마만이요’의 뒤에 가끔 ‘댁이 어디시지?’하는 물음이 나올 때가 있다. 그런 때에 대답에는 ‘애오개’니 ‘야주개’니 ‘양사골’이니 하는 말보다도 무슨 동, 무슨 정(町) 소리가 나오기기 아주 쉬웁다. 나도 서울살이 3년이 지나 4년으로 접어들건만 낡은 동리 이름으로 주소를 들어 본 적은 극히 드물다. 사실 ‘애오개’니 ‘감영 앞’이니 하는 말을 내가 배운 것은 정거 차장한테서였다. 30대, 40대의 사람에서 이러하니 20대의 청년의 입에서는 무슨 동, 그것도 최근에는 무슨 ‘정(町)’이란 말밖에는 들을 길이 없다. 중류 이상의 가정 안에 그렇게 많이 남아 있는 낡은 전통과 풍습이 이 동명(洞名)의 호.. 2021. 7. 11.
정약용, 수오재기 [한글번역본, 해설] 수오재기 수오재기, 제목의 뜻은 '나를 지키는 집에 대한 기'라는 뜻이다. 여기서 '기(記)'는 한문 수필의 일종. '수오재'는 守, 지킬 수 / 吾, 나 오 / 齋, 집을 뜻하는 재... . '나를 지키는 집'이라는 뜻의 '수오재'는 사실 정약용 큰형님네 집이름... 집이름을 '당호'라고도 부른다. 나도 멋진 집 지어서 당호 짓고 싶다 ㅜㅜ.... 아무튼! ‘수오재’라는 이름은 큰형님이 자신의 집에다 붙인 이름이다. 나는 처음에 이 이름을 듣고 이상하게 생각하였다. 나와 굳게 맺어져 있어 서로 떨어질 수 없는 가운데 나보다 더 절실한 것은 없다. 그러니 굳이 지키지 않더라도 어디로 가겠는가? 이상한 이름이다. 내가 장기로 귀양 온 뒤에 혼자 지내면서 잘 생각해 보다가, 하루는 갑자기 이 의문점에 대해 .. 2021. 7. 11.
최서해, 탈출기 탈출기 1 김군! 수삼차 편지는 반갑게 받았다. 그러나 한번도 회답치 못하였다. 물론 군의 충정에는 나도 감사를 드리지만 그 충정을 나는 받을 수 없다. ―박군! 나는 군의 탈가(脫家)를 찬성할 수 없다. 음험한 이역에 늙은 어머니와 어린 처자를 버리고 나선 군의 행동을 나는 찬성할 수 없다. 박군! 돌아가라. 어서 집으로 돌아가라. 군의 보모와 처자가 이역 노두에서 방황하는 것을 나는 눈앞에 보는 듯싶다. 그네들의 의지할 곳은 오직 군의 품밖에 없다. 군은 그네들을 구하여야 할 것이다. 군은 군의 가정에서 동량(棟梁)이다. 동량이 없는 집이 어디 있으랴? 조그마한 고통으로 집을 버리고 나선다는 것이 의지가 굳다는 박군으로서는 너무도 박약한 소위이다. 군은 xx단에 몸을 던져 x선에 섰다는 말을 일전 황.. 2021. 7. 11.
지하련, 체향초 체향초(滯鄕抄) 삼히(三熙)가 친가엘 갈 때면 심지어 이웃사람들까지 더 할 수 없이 반가히 맞어 주었다. 물론 여기엔, 아직 어머니가 살어 게시는 욋딸이란 것도 있을지 모르고, 또 그의 시집이 그리 초라하지 않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튼 이러한 대우가, 그의 모든 어렷을 적 기억과 더불어, 고향에 대한 다사로움을 언제까지나 그에게서 가시지 않게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그랬는데, 이번엔 어머니를 비롯해서, 어린 족하들까지, 「아지머니 ─」 하고는 그냥 말이 없을 정도다. 이럴 때마다, 삼히는 거의 무의식적으로 그 홀죽해짐 뺌에나 턱에 손을 가저가지 않으면, 빠지지하고 진땀이 솟는 이마를 쓰담고 애매한 우슴을 지어 보거나, 또 공연히 무색해 하는 것이 버릇처럼 되었다. 이래서 그가 친가로 온 후 수일 동안.. 2021. 7. 9.
기형도, 질투는 나의 힘 [전문, 해설]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 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 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아깝디 아까운 시인, 기형도 시인이 1989년에 쓴 작품입니다. 처음 시작부터 시간 개념에 미약하게 혼란이 옵니다. '아주 오랜 세월에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 2021. 7. 9.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