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국어/국어 용어들

반어 / 역설 / 아이러니 / 패러독스

뿔란 2021. 6. 24.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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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반어 ( 아이러니, irony) 

 

나타내고자 하는 반대되는 표현을 하는 것.

반어를 쓰는 이유? 더 강력한 표현을 위해. 위트와 유머가 뿜뿜해짐. 풍자에도 강력.

 

예를 들어 봅니다. 

귀엽고 예쁜 아가를 부르는 애칭, '못난이', 줄여서 '난이'. -  '못난이', '난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속뜻은 귀엽고 예쁜 아기라는 뜻입니다. 무.... 물론 못난이를 꼭 반어로 쓰지만은 않을 수도....

 

먼後日

김소월 

 

먼훗날 당신이 차즈시면
그ᄯᅢ에 내말이 「니젓노라」

당신이 속으로나무리면
「뭇쳑그리다가 니젓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리면
「밋기지안어서 니젓노라」

오늘도어제도 아니닛고
먼훗날 그ᄯᅢ에 「니젓노라」

 

 

 김소월의 '먼후일'이라는 시입니다. 각 연마다 화자는 '잊었노라'를 연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연을 보시면, '오늘도 어제도 안 잊고, 먼훗날 그때에 잊었'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것은 안 잊은 거죠. 그쵸? 그래서 반어가 쓰인 시입니다. 

 

2. 역설 (패러독스, Paradox)

 

역설은 말과 말이 모순되지만, 그것이 도리어 진실에 가까운 것입니다. 

 

처음에 공부할 때 반어와 헛갈린다면, '말과 말이 모순된다', 그러니까 반대다.. 이걸 꼭 기억하세요.

 

님의 침묵
                       한용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 놓고 뒷걸음쳐서 사라졌습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사랑도 사람의 일이라 만날 때에 미리 떠날 것을 염려하고 경계하지 아니한 것은 아니지만, 이별은 뜻밖의 일이 되고 놀란 가슴은 새로운 슬픔에 터집니다.
  그러나 이별을 쓸데없는 눈물의 원천으로 만들고 마는 것은 스스로 사랑을 깨치는 것인 줄 아는 까닭에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의 힘을 옮겨서 새 희망의 정수박이에 들어부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에 떠날 것을 염려하는 것과 같이 떠날 때에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아아,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제 곡조를 못 이기는 사랑의 노래는 님의 침묵을 휩싸고 돕니다.

 

익히 알려진 한용운 시인의 '님의 침묵'입니다. 끝에서 두 번째 줄 보시면, '님은 갔지마는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라고 합니다. '님은 갔다'와 '님을 보내지 않았다' .. 이렇게 말과 말이 모순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님이 갔어도 나는 님을 포기하지 않는다, 님이 간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다시 돌아온다, 지금은 일본에 나라를 잃었지만 결국 우리는 독립할 것이다.... 뭐 이런 식의 진실을 말하는 것입니다. 

 

김영랑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을 보면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찬란한'과 '슬픔', 이 두 말이 서로 모순되고 있습니다. 이런 표현은 '모순형용'이라고 하는데요, 수식 관계에서 수식어와 피수식어가 모순되거나, 두 개의 수식어들이 모순될 때를 말합니다. 역설의 일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모든 역설이 모순형용은 아니지만, 모순형용은 역설인 걸로!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말 역시 진실을 표현하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에서 확인하시길!

 

2020.11.05 - [문학, 전문과 해설/현대시] - 모란 거시기,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 거시기,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항간에는 김영랑이 무용하는 최승희와 헤어진 아픔을 잊지 못해 오래 오래 잊지 못해 헤어지고도 몇 년이 지난 1934년에 최승희에 대한 사랑을 '모란이 피기까지는'이라는 시로 아름답게 표현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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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통해 보는 반어와 역설

 

'운수 좋은 날'의 내용은 인력거꾼 김첨지가 어쩐지 너무나 운수 좋게 많은 돈을 번 날, 아프던 아내가 죽는 이야기입니다. 

 

아내가 죽은 슬픈 날을 '운수 좋은 날'이라고 한 것 자체는 반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운 좋게 돈을 팡팡 번 날, 아내가 죽었다는 구조적 역설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자면, '운수 좋은 날'은 반어, 역설, 작품 구조, 제목, 세부적인 내용, 어느 쪽으로도 설명이 가능합니다. 외우려 하지 말고 어떤 설명을 읽든 그 설명이 합리적인가만 따지셔야 합니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보고 싶으시다면, 아래 링크 클릭!

 

2021.05.17 - [문학, 전문과 해설/현대소설] - [전문]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전문] 현진건, 운수 좋은 날

운수 좋은날 현진건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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