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전문과 해설/고전시가

제망매가 (feat.미륵)

뿔란 2018. 5. 24.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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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오신 날 기념

 

제망매가(祭亡妹歌)

 

지금 23일 새벽이니까 사실 석탄일은 지났습니다만..

그래도 뭔가 불교적인 꼭지가 들어가는 노래로 올립니다.

 

일단 제목 보시면 '망매' 그러니까 죽은 누이동생을

'제' 제사지내는 '가' 노래라는 뜻입니다.

 

신라시대 향가인데요

아시다시피 향가는 향찰이라는

독특한 방법으로 적혀 있는데요

 

이 향찰이라는 게 어떤 식이냐면요

아주 거칠게 설명드리자면

 

'나는 너를 사랑해'를

우리말로 쓰면 '나는 너를 사랑해'

 

영어로 쓰면 'I love you'

향찰 식으로 쓰면 'Ineun youll lovehae',

그러니까 'I는 you를 love해.' 이런 식이 됩니다.

물론 영어 대신 한자로 되어 있습니다만

이해를 돕기 위해 영어로 ㅎㅎㅎ

 

향찰을 읽는 게 어려운 것은 훈독해야 할 것(나, 너, 사랑)과

음독해야 할 것(는, 를, 해)를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점

신라시대의 한자음과 현재의 한자음이 다른 것

신라시대 사람들의 우리말과 현대 우리말의 차이...

고로 해독하기도 어려웠고

해독해 놓은 것을 우리가 읽기도 어렵습니다! 

아무리 잘 해독해 놓아도 그건 신라시대 우리말이니까요.

그런 어려움을 뚫고 일제 강점기에 일연스님의 삼국유사에 실린

향가 24수를 해독한 영문학자 양주동 박사님의 전설같은 일화는

나중에 들려드리고요(다들 아는 이야기신가요? ㅎㅎ)

 

 

 

 

양주동 박사님은 천재시라고...

하긴 천재가 아니면 이루기 힘든 업적이죠 

박사님 사진 보시고 기 받으세요 ㅎㅎ

 

자 그럼 천재의 기를 받으셨으니 제망매가 보시겠슴돠

 

 

저자는 스님이었던 월명사고요

 

첫줄, '생사로난'

 삶과 죽음의 길, 즉 삶과 죽음의 갈림길은

 

둘째줄, '예 이샤매 저히고'

                         여기 있음에 머뭇거리고

 

셋째줄, '나난 가나다 말도'

                         나는 갑니다라는 말도

 

넷째줄, '몯 다 닏고 가나닛고' 

                        다 말하지 못하고 갑니까

 

다섯째줄, '어느 가잘 이른 바라매'

                       어느 가을 때이른 바람에

 

여섯째줄, '이에 저에 떠닐 닙다이'

                      여기 저기에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일곱째줄, '하단 가재 나고'

                      한 가지에 나서(한 부모 밑에 태어났는데도)

 

여덟째줄, '가논 곧 모다온뎌'

                      가는 곳을 모르는구나(죽은 뒤를 모름)

 

아홉째줄, '아으 미타찰애 맛보올 내'

                     아아, 아미타 부처님의 극락에서

                     (너를 다시)만날 나는

 

열째줄, '도 닷가 기드리고다'

                     도를 닦으면서 기다리겠습니다.

 

노란 표시된 부분만 읽으시면 현대어 해석이 되겠습니다.

 

아홉번째 줄에 '미타찰'이 나오는데요,

이것은 아미타 부처님의 세계를 말합니다.

아미타 부처님이란 누구신가?

바로 극락(기독교의 천국과 비슷합니다)을 관장하는 부처님되시겠습니다.

 

 

우리 좋은 건 크게 보아요 ㅎㅎ 국보님..

국보 82호 경주 감산사 석조아미타여래입상입니다.

 뭐.. 석조니까 돌... 여래는 부처님이란 뜻... 입상은 서 있는 상

 

암튼 아미타부처님이 극락을 주관하시므로 아미타부처님의 세계에서 다시 만나겠다는 건, 누이동생의 극락왕생을 비는 것이고 자신도 도를 잘 닦아 극락에 가서 누이를 만나겠다! 이런 서원쯤 되시겠습니다.

 

아미타 부처님은 향가 중에 '원왕생가'에서도 주요 인물(?)로 등장하시는데요 그때 가서 저 자세한 설명을 드리기로 하고 여기서는 아미타 신앙과 미륵 신앙에 대해서만 잠깐 말씀드릴게요.

 

보통 나라가 어지럽고 살기 힘들 때 아미타 신앙이 성행한다 합니다. 어차피 이눔으 세상, 더 볼 것도 없고 어떻게 염불이라도 잘 해서 내세에는 좀 행복하고 편안하게 살아보자~ 뭐 이런 거겠죠. 

 흔히들 아시는 '나무 아미타불'있잖아요, 이게 '나무'가 '돌아가 의지한다'는 뜻이랍니다. 그래서 '아미타 부처님께 돌아가 의지한다'는 뜻이니까 결국 '극락에 가겠다!'이런 말이 되는 겁니다.

그러니 연세 높으신 분들에게도 아미타 신앙이 잘 맞는 거죠. 내세 대비 1000일 기도? 뭐 이런 걸 본 적은 없지만 전 70이 되기 전에 내세 대비반에 혼자라도 들어가렵니다! 

 

자... 미륵 신앙은 아미타 신앙과 전혀 다릅니다. 미륵은 미륵불, 미륵 부처님인데요, 미륵불 특징은 학사모 쓰신 배우신 부처님. ㅎㅎ

미륵부처님은 미래세계의 부처님입니다. 3차원인 우리 세계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분은 아직 부처님이 안 되신 거.. 그래서 미륵보살님이라고 부릅니다.

 

 

네 그 유명한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입니다.

그리고 쌍둥이 미륵보살은 일본에...

 

 

신라에서 건너가 일본의 국보가 된... 국적 논란은 나무의 종류와 조각 기법등의 연구로 이미 해결되었습니다.

(더 자세하게 보고 싶으시다면.. https://brunch.co.kr/@homoartcus/35

황지언이라는 분의 브런치글입니다.)

 

아무튼! 미륵불은 말하자면, 메시아, 미래의 희망입니다. 그러므로 혁명적인 세력이나 국가의 급진적 도약기 등에 미륵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삼국통일의 주된 세력인 화랑도도 미륵의 무리라 칭하였고, 후고구려의 왕인 궁예도 자신을 미륵이라 칭했습니다.

 

문학작품에서 미륵불이 나오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황석영 선생님의 '장길산'에서 미륵을 칭하는 민중의 무리가 나오긴 합니다만...

 

마지막으로 여러분 공부하시는 데 기받으시라고 학사모 미륵불 사진 한 장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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