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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전문과 해설/고전시가

공무도하가

by 뿔란 2018. 5.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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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뿔란입니다~~~

어제 전철 타고 한강 건너는데 공기가 맑아서 큰 건물들이며 자잘한 건물들 군집이며 쫙 다 보이고 하늘도 멋지고 기분이 시원했습니다!

80년대만 해도 한강 이남에서는 별 정도는 많이 보였는데 ㅜㅜ

또 그렇게 옛날 생각하면 슬퍼지죠.

까마득한 옛날 강가는 얼마나 멋있었을까요.....

 

그래도 화장실도 구리고 먹고 살기가 생존의 문제로 힘들 수도 있고 현재가 더 좋은 거겠죠!

 

 

아무튼 오늘도 강가가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일단 노래 한 곡 듣고 시작하시죵

 

 
 
 
 

우워어 짝짝짝짝짝 이상은! 이상은! 이상은!

멋지죠? 울 상은 언니 리즈 시절이랄까요...... 암튼 오래 전이네요. 추억 ㅜㅜ 주르륵

그래요 전 80년대도 기억하는 나이 ㅜㅜ

 

자 당시에 탑 가수였던 이상은씨가 자신만의 음악을 추구하겠다며 메이저 가요계를 떠나 발표한 음악 공무도하가! 공무도하가의 어떤 매력이 탑가수님을 홀렸는지 같이 보시겠습니다.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公無渡河)  공무도하

임은 결국 물을 건너시네.  (公竟渡河)  공경도하

물에 빠져 죽었으니,         (墮河而死)  타하이사

장차 임을 어이할꼬.         (將奈公何)  장내공하

 

음... 기대치에 비해 너무 간단하고 짧고 심심한가요?

돈 원리~ 우리에겐 배경설화가 있으니까요!

 

 옛날, 고조선 사람 성은 곽리요 이름은 자고라는 뱃사공이 강가에서 배를 닦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쪽 강변에서 흰 머리를 산발한 남자가 손에는 술병을 쥐고 강물로 뛰어 들고 있는 것이 아니겠어요! 아, 저 남자가 미쳤나, 싶은데 그 남자 뒤에서는 웬 여인이 남자를 소리쳐 부르며 말리며 뛰어 왔습니다. 그러나 남자(백수광부_ 흰 머리의 미친 남편)는 아랑곳 없이 강물 속으로 들어가 결국 익사하고 말았습니다. 남자를 말리던 여인은 슬퍼하며 공후라는 악기를 가져와 이 노래를 부르고는 여인 역시 강물에 빠져 죽었답니다.

 곽리자고는 집에 돌아와 아내인 여옥에게 이 일을 이야기하고 여인이 부른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이야기에 감명을 받은 여옥은 곧 공후를 가져와 노래를 불렀고 이웃인 여용에게도 전해 노래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배경 설화를 읽어도 심심하시다구요? 네 사실 저도 그래요.

 

 지나치게 간략하여 우리 상식적인 인간들의 산문적인 감성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시적 감수성이 풍부한 분들께는 죄송합니다 ㅎㅎ) 도대체 왜? 강물에 뛰어드시는지? 아내분도 그렇죠, 남편이 물에 빠져 사망했다면 시신이라도 건질 생각을 하지 않고, 공후라는 악기를 들고 아이고 어쩌겠냐, 체념, 체념, 노래를 부르다뇨? 게다가 마지막엔 따라 죽기까지? 뒤에 남을 가족들은 없는 건가요?

 

 이런 비상식적 비논리적 문맥의 시가 중국과 한국, 양국에서 오래도록 유명한 시인, 문인들의 붓끝을 넘나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어쩌면 지나친 간략함, 비상식성, 비논리성이 오히려 시심(詩心) 넘치는 많은 이들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인, 문인들만 자극을 받은 건 아닙니다. 많은 국문학자들, 영화감독, 가수 등도 공무도하가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적극적 해석과 해명의 임무를 짊어 진 국문학자들은 이 시를 제각각 흥미로운 자리에 끼워넣습니다.

 

먼저, 백수광부는 술병을 든 술의 신이고, 아내는 악기를 든 음악의 신이다!!! 라고 유명 서울대 교수님께서 주장하셨습니다. 솔직히 여러분 생각보다 훨씬 더 엄청난 주인공들이죠? ㅎㅎ 저도 처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아무튼 신화적인 맥락에서 작품을 해석하다보니 디오니소스랄지 박카스랄지 (영진 구론산 바몬드는 낄 자리가 아닙니당!) 뮤즈까지! 뭐 그런 이름들이 호명됩니다.

 

 또 다른 해석으로는 오늘의 남주, 백수광부님은 제사장(무당)이고, 굿을 하던 중 어찌 된 영문인지 그냥 죽음에 이르고 맙니다. 마치 김동리님의 장편소설 '을화', 단편소설 '무녀도'에서 그 어머니인 무당의 죽음처럼 말입니다.

 백수광부의 아내 역시 무당인지라 굿의 한 부분으로, 혹은 개인적인 한풀이로 노래를 부릅니다. 그리고, 글쎄요, 그녀의 죽음은 백수광부의 죽음처럼 굿의 부작용이거나 실수였을까요, 아니면 신명이 오른 상태에서 남편을 따라, 어차피 이승이나 저승이나 별 차이가 없으니, 남편을 따라 저승으로 간 것일까요. 어쨌든 따라 죽습니다.

 

 마지막으로는 대단히 사실주의적인 해석입니다. 일단 이 견해에서는 백수광부의 손에 든 술병을 뜻하는 호(壺, 병 호)를 포(匏, 박 포)와 같은, 그러니까 박(흥부네 박 같은 박입니다!)을 일종의 구명튜브처럼 사용하는 물건이라고 해석합니다. 이렇게 되면 백수광부는 생계를 위해 마치 우리 해녀 할머님들처럼 목숨을 바쳐 일했고, 그러다 불행히 죽었으며 아내는 그 뒤를 따랐다는 내용이 됩니다.

 

자, 다들 이상 없으신가요? 머리가 아플 것 같으시다면, 잠깐만요, 총명탕 한 사발씩 드시고 가실게요~

 

 

이제 공무도하가의 엄청난 문학사적 의의를 말해야죠. 총명, 탕, 탕, 밝아진 눈과 머리로 보아주세요. (아.... 뭔가 부끄럽네요. 너무 눈과 머리가 맑아지셔서 제 바닥이 훤히 더 잘 보이실 듯? ㅜㅜ)

 

 보통 공무도하가를 배울 때 집단적 서사시에서 개인적 서정시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작품이다, 최초의 개인적 서정시다, 하는 내용을 꼭 배웁니다. 이것을 앞의 세 가지 해석과 맞춰 보시면, 마지막 슬픈 생계 스토리 말고는 다 잘 맞습니다.

 슬픈 생계 스토리는 사실 이미 개인적 서정의 세계로 들어온 뒤의 이야기라고 봐야 할 것 같고요.

 신화적 해석에서는 신들의 죽음이랄까요, 이제 신을 위해 부르는 집단적 서사시는 필요가 없어지고, 사람들은 각자의 감정을 노래하며 사는 세상이 전개되는 것입니다.

 백수광부 제사장 설은 또 어떤가요. 여기도 아주 맞춤옷처럼 쫙 들어맞습니다. 신들의 시대가 저물며 제사장도 같이 추락하는 거니까요. 뭔가 슬프네요... 물론 전 인간 중심 세상이 좋지만! 아주 다행이지만! 왠지 신들의 시대 막 이러면 아스라니 아슴다운 듯... 뭐 그런? 느낌입니다. 끝났다니 다행이지만 슬프다. 이런 거요....

 

자, 아무튼 위에 이러쿵 저러쿵, 적어놓았지만 그 모든 것들, 아니 지금까지 사람들이 밝혀 표현해 놓은 것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이면에 품은 채, 우리의 공무도하가께서는 부부의 사랑, 남녀간의 정을 말씀하시네요. 그리고 우리는 그 이면에 숨긴 무한한 가능성에 끌리고 가장 보편적인 감정 자극 지대인 애정 문제에 또 끌립니다. 

 

 고조선, 그 까마득한 미지의 시대에 죽음까지 함께 한 애절한 사랑, 많은 예술가들이 영감을 받을 수 밖에 없겠네요 ㅜㅜ 

 

 

 

 

위의 작품들 ㅎㅎ 사실 전 아직 못 봤어요.

 

아래 페이지에 가시면 공무도하가의 문화적 확장에 대한 좀더 좋은 글이 나온답니다~

이 포스팅 하려고 검색하다 읽었는데 아, 교수님 글 참 재미지게 잘 쓰셨네, 부러워요~~ 이런 느낌이었던지라 주소를 가져왔습니다.

 

http://news.sarangbang.com/detail.html?uid=100356

 

 

 

악기 공후, 사진 한 장 없으면 섭섭하겠죠.

 

이상,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노래, 단순하고 짧고 뭔가 사람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노래, 공무도하가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상은씨의 노래 공무도하가를 다시 올리겠습니다. 이 영상에서는 이상은씨 성숙해지셨어요 ㅜㅜ 세월이란 ㅜㅜ 돌아가고 싶습니다!!  으음... 다시 영상을 올리는 이유는요 성숙도 때문이 아니고 아래 영상에서는 고려 시대 이후 맥이 끊겼던 악기 공후를 재현해서 연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럼, 노래 즐겁게 들으시고, 즐거운 나날 보내세요!!!

 

https://youtu.be/cHSdPYhEG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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